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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세대 교수)


 인간 정신 발달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는 낙타가 등장한다. 혹시 낙타 타 보신 분 있는가. 이 낙타라는 동물은 엄청 큰 동물이다. 그 위에 올라가면 현기증이 날 정도고, 떨어졌다가는 어디 부러질 정도다. 사실 나도 직접 타본 적은 없고,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덩치 큰 낙타가 소심하기 이를 데가 없다. 발버둥치고 해서 가 보면 자기 귀에 파리 한 마리 들어갔다고 야단 법석하는 것이다.


낙타는 주인에게 반항하는 법이 없다. 아무리 무거운 짐을 지고 모래 열풍이 부는 사막길을 걸어가도 대드는 법이 없다. 그저 묵묵히 순종하는 것이 낙타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흔쾌히 복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대들다가 쫓겨나면 사막에서는 죽는 길밖에 없다. 마지못해 복종하니 가슴 속에는 르상티망, 원한감정이 쌓여만 간다. 먹고 살기 위해 조직에 충성하는 월급쟁이가 저절로 떠오른다. 낙타의 르상티망을 극복하라.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 이번에는 사자가 나타난다. 사자는 자신의 주인이라고 할지라도 권리와 자유를 침해당하면 대 든다. 용맹하기 이를 데 없다. 항상 당당하고 위엄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지를 못한다. 늘 혼자다. 혼자 잘 난 것이다. 팀 플레이를 할 줄 모른다. 늘 불안하고 고립되어 있다. 사자의 불안감을 극복하라.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뜻밖의 존재가 나타난다. 어린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아이는 조금 전까지 싸우다가도 금새 다시 웃으면서 어울리고 있다. 과거를 잊어라. 과거의 실패도 성공도 다 잊어라. 과거를 잊는 방법은 교훈을 빨리 얻는 것이다. 핵심은 과거의 감정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또 하나 어린아이들은 현재를 즐길 줄 안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긴다는 것은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이 인간정신 발달 3단계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서 하고 있는 우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모습이라고 했던 공유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차를 공유하는 우버, 집을 공유하는 에어 비앤비, 사무실을 공유하는 위워크, 전동킥보드를 공유하는 라임과 같은 기업들은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반면 비대면 경제를 주도하는 화상회의용 소프트웨어 기업 줌,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아마존과 쿠팡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세계 대공황이 올 지도 모른다고들 한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사실 우리의 정신상태가 더 걱정이 된다.

크게 세 가지 감정이 괴롭힌다.


 첫째, 두려움이다. 바이러스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다. 문제는 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는 불건전한 감정은 인종차별주의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로 인해 막연한 불안감이 우리를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하는 것이다. 공포감과 불안감과 같은 두려움의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는 최상의 방법은 명상하는 것이다. 호흡을 들이키면서 ‘들숨’, 내쉬면서 ‘날숨’이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5분만 명상해보라.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

둘째, 외로움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서로 어울려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기간 하다 보면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고독은 고립과 다른 것이다. 고독한 상태에서는 사색할 기회가 생긴다. 위기는 기회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 사색의 핵심이다.

셋째, 무력감이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행동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정부가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면 안된다고 끊임없이 명령하면 수동적 존재로 변한다. 나아가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늘 지시받다 보면 무기력해진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몰입하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25개를 써보라. 그리고 그 중 5개를 골라라. 나머지 20개는 잊어버려라. 바로 그 20개가 몰입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코로나19,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 제발 더 이상 걱정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지도 말라. 모든 것이 저절로 다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이제 제 2차 제 3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하라. 미래는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대비하는 현재의 나 자신을 즐겨라. (서울경제신문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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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5 17: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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