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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경영대학 의료경영전공 교수)

정부가 관련 업체들이 신청한 원격의료 서비스 규제의 샌드박스 승인 심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의사와 환자, 환자와 환자 간의 직접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원격의료가 주목받는 시점인 만큼 국민의 기대가 크다.

현행 의료법 제34조에 따라 의료인 간의 원격진료는 가능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2002, 2010, 2014, 2016년 네 차례에 걸쳐 원격의료 실시를 위한 의료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가 지난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되면서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및 화상 통화 상담과 처방이 가능해졌다.

전체 7만여 의료기관 중 약 4%인 3072곳이 원격의료에 참여해 4월 12일까지 10만3998건의 원격의료가 이뤄졌지만 오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고, 환자의 반응에서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 우려했던 대형 의료기관으로의 쏠림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것은, 의료의 질과 치료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격의료의 한시적 시행 결과 이미 구축된 IT를 활용할 경우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필요가 없어 의료 민영화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초진에 대한 대면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활용해 환자의 질환 이력과 진료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IT 체계를 마련, 대면 없이도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37조 원에 이르며, 연평균 14.7%씩 성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세계 원격의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2014년과 2015년에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중국의 경우 알리페이, 바이두 등 11개 업체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만들었으며, 미국도 원격의료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특정 모니터링 장치에 대한 사전 규제를 완화했으며, 주(state)에서 발급하는 의사면허에 관계 없이 미국 전역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하게 했다.

원격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세부적인 부분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기보다 전체적인 틀에서 동의를 이룬 다음, 원격의료와 관련된 문제점은 의료인과 전문가·산업계·정부가 참여하는 논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원격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防疫) 브랜드를 만들었듯이,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한국형 원격의료 체계를 만들어 세계 원격의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원격의료는 의료를 중심에 두지만, IT와 모니터링 장비, 영상진단 장비, 검사 장비 등 첨단의 관련 산업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영역으로서, 경제적 파급력이 큰 분야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관심에서 만성질환 예방과 건강의 유지·관리에 대한 부분으로 국내외의 관심이 되돌아갈 것이다. 질병 예방,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 서비스 제공 전략은 실시간 상담이 중심이 되는 원격의료가 될 것이다. ‘K원격의료’가 세계의 중심이 될 날을 꿈꾼다. (문화일보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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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5 17: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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