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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사회적 거리두기가 미국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정부지출은 6조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의 25%에 해당한다. 올해 미국의 재정 적자는 4조 달러로 추정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미국 중앙은행도 최근 6주(4월 19일 현재) 동안 2조 달러를 대출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년 동안의 대출과 비슷한 금액이다. 현재 미국의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의 2.5배이다. 개인에 비유하면 연봉 1억원인 사람이 2억5천만원의 빚을 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빨리 해제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소규모 자영업자,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 임시직·비정규직 근로자, 파트-타임 근로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고 원격 근무가 가능한 대기업 및 IT기업 종사자, 근무 시간과 급여의 상관성이 작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충분한 저축과 자산을 보유한 전문직 종사자의 경제적 어려움은 크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통계에서 확인된다. 올해 3월 취업자는 작년 3월과 비교하여 19만5천 명이 감소했고 일시적인 휴직자는 126만 명이 늘었다. 특히 임시직 41만 명, 일용직 17만 명, 20대 고용 18만 명이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지만 공짜가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6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2조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한다. 2조 달러는 약 2천500조원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한 명의 목숨을 살리는 데 약 42억원의 비용이 든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누군가가 위험을 부담해야 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집 안에 있을 수는 없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더라도 누군가가 배달하지 않으면 소비할 수 없다.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이들의 희생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과 경제적 피해를 모두 부담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청정 지역으로 도피할 수 있다. 이들은 휴양지에서, 요트에서, 큰 저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중세시대 전염병이 돌면 귀족들이 수도원으로 피신한 것과 유사하다.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흑사병을 피해 교외로 나간 열 명의 남녀가 각자 하나씩 열흘 간 이야기한 100개의 에피소드를 모은 것이 소설 데카메론(Decameron)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할 수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나 경제적 피해를 부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는 돈을 벌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Amazon)이 대표적이다.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아마존의 주가 총액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불행이 아마존에는 축복이다. 최근 아마존은 17만5천 명을 고용했다. 고용된 사람들의 대다수는 배달 직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임금으로 위험을 감수하면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Bezos)가 앉아서 돈을 번다.

3월 22일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5월 5일 종료되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적 격리는 끝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 활동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지는 불투명하다.


4월 30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14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국방비를 삭감했다. 3조 원 이상의 국채도 발행한다. 올해 1분기 재정 적자는 역대 최대가 되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서 세금은 8조5천억원 감소했고 재정 적자는 28조원 증가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금년 재정 적자는 100조원을 넘는다. 기획재정부 차관의 말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충격은 공평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신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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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3 16: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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