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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세계 10대 항구 중 7개가 중국에 있다고 한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컨테이너 화물량의 14%를 운송했고, 그중에서도 원유 23%, 액화가스 18%, 철광석 72%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원자재 물동량이 특히 많은 것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경제침체로 중국의 컨테이너 처리 물량은 올해 20~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경제침체는 국제무역 위축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성에 바탕을 둔 글로벌 공급망의 유효성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제조업 선진국들은 아웃소싱을 통해 복잡한 공급망을 갖게 됐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부품조달과 안전관리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용 절감과 시장 선점 등의 장점을 이유로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리쇼어링에 대한 정책을 펼쳐왔다. 미국은 2010년 제조업 부흥 정책인 ‘리메이킹 아메리카’를 통해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혜택으로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2018년 통계를 보면 8년 동안 1389개사가 돌아왔고 14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시장 근접성, 정부 인센티브, 공급망 최적화, 숙련된 인력 등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본도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펼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금년 4월에는 2조500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고 생산거점을 국내로 이전할 경우 대기업은 50%, 중소기업은 67%의 이전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달 15일 코로나19 출구전략에서 주요 산업의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로 특정국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무역구제 조치 강화와 함께 역내 기업 보호를 위한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리쇼어링이 급속하게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국제 분업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다. 종전에는 생산비용 절감이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국제 분업이 필수적이었으나 앞으로는 위기 회복력(resilience)이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 우위로서의 저임금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기계, 로봇 및 디지털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고, 노동자가 기업의 생산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셋째, 산업 정책과 국가적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산업 정책, 보조금, 관세 인상 등을 통해 국가 이익을 반영하는 기업 육성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해외진출기업복귀법(유턴법)’을 개정해 대상과 업종을 확대하고, 국공유지 사용 특례 등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수출 대책의 후속 조치로 유턴 기업 유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연평균 10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다양한 혜택으로 최근 5년 연속 200억 달러 달성에 성공한 바 있다.

리쇼어링의 성공을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투자에 주어지는 수준의 혜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턴 기업에 대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연구·개발(R&D) 지원, 법인세 인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 작년 844억 달러에 이르는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훨씬 줄어들고, 대신 리쇼어링이 대폭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리쇼어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훼손, 세계적인 자국 중심주의로 인한 글로벌 협력 약화에 따른 위기를 보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국민일보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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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2 15: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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