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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의료산업 美·유럽 독점 깰 기회 왔다         


신성철 KAIST 총장


코로나 대응 韓 위상 높아져 

                           ICT·제조업 경쟁력 활용해
백신·모듈병실·로봇 등에서 

항바이러스 산업 창출하는 `과학기술 뉴딜` 단행해야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뉴딜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 위기를 경제개혁의 기회로 바꾼 미국의 루스벨트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메시지로 두려움 없이 위기를 직시하고 과감한 조치를 단행할 때 어려움을 이겨내고 번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전달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응전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종착점에 다다를 땐 각국의 국가적 위상과 명암이 극명히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국가적 위기를 겪었던 한국은 이제 방역 모범국가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독점해온 의료 분야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도리어 한국에 의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이에 KAIST는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뉴딜사업의 목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스마트 모바일 기반의 의료 신산업, 일명 `항바이러스 산업`을 창출해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나아가 인류 건강사회를 구현하자는 데 있다. 


감염병 대응 과정을 예방·보호, 응급 대응, 치료·복구의 3단계로 나눠 과학기술 기반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감염병 대응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임상에 활용하는 관리 플랫폼을 마련해 이동형 병원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세부 목표도 갖고 있다.


과학기술 뉴딜사업은 재사용 항바이러스 마스크, 의료인 통기성 스마트 방호복, 빠르고 민감하며 정확한 감염진단 모듈, 호흡기 감염질환 특화 음압 병상과 지원 로봇, 범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등 15개 세부 연구주제로 추진된다. 


그중 핵심은 이동형 감염치료 모듈 병실 개발이다. 바이러스 창궐 시 병실이 부족한 곳에 이동형 병실을 보내면 병실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 역량을 십분 활용하면 세계적 경쟁력의 항바이러스 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KAIST는 지난 3월 50여 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이어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산학연과 병원·언론,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항바이러스 건강사회 구현 협의회`를 출범시켰고,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 국제백신연구소(IVI),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관의 전문가들과 온라인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내외 네트워크도 구축해나가고 있다.


과학기술 뉴딜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전폭적 지원이 절실하다. 우선 항바이러스 산업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와 전략을 담은 바이오·의료산업 입국 선언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1973년 중화학 입국 선언을 통해 기계·화학 산업을 육성했고 1983년 정보산업 입국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감염병 관련 바이오·의료 분야 연구개발 시급성을 고려해 연구비 집행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블록 펀딩`과 개방형 글로벌 협력 지원, 신기술과 제품에 대한 신속한 인증·승인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정부와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의료 선진국으로 인류사회 번영에 기여하는 한편 반도체 산업 이후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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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1 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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