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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명예교수·경영학)

ING그룹 Think의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GDP 실질성장률은 전년도 2분기 대비 40%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된다. EU는 16% 마이너스 성장이다. 중국에 대한 분기별 대비 예측치는 없지만, 연간 대비를 했을 때 2분기에 3.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중국만 2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시나리오 대비 최악의 시나리오는 더 끔찍하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이 -55%, EU가 -50%, 중국이 3% 성장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되면 세계 경제는 열사병에 쓰러지는 여름이 될 것이다.

경제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대로 가면 복구 불능의 경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디에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다. 당·정·청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려고 한다. 돈 배분은 소비 진작의 효과가 있다. 폭탄을 맞은 여행·숙박 업계에는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 효과는 오래 갈 수 없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비중이 큰 산업에서 승부가 나야 한다.

그런데도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서 우리나라 산업이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의 움직임 때문이다. 중국은 기술집약형 산업에서 세계의 리더가 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 사태로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 기업들의 위기를 이용해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중국이 이제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술 도약을 꾀하는 것이다. 중국발 코로나 위기가 중국에는 포스트 코로나 기회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기막히다.

중국이 이런 식으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합병(M&A)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산업과 기업은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반도체·자동차·부품·인공지능(AI)·의료를 포함한 전 기술 분야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중국은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를 매수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금처럼 자동차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부품 업체는 중국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원책을 마련하긴 했으나, 금융권에서 대출로 이어지지 않아 정책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다간 중국만 좋게 될 수 있다.

개혁도 반드시 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서 대규모 실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망하기 전엔 해고를 할 수 없다. 사람으로 따지면 죽기 전에는 병원에 갈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이다. 병원 갈 수 있는 때는 이미 기업이 회복 불능 상태다. 중병이 되기 전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서 치료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죽이는 법과 제도는 이번에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이해집단이 있다. 이들 이해집단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을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 매장하고 있다. 국가가 제대로 되려면 이들 집단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에 득이 되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극심한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성공적으로 고용을 창출한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세계 경제 성장률에 못 미친 우리나라 경제 정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고쳐야 한다. 지원과 개혁이라는 당근과 채찍, 어느 때보다 현명한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화일보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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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23 14: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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