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무역 의존도 높은 韓 경제
美·中·유럽 수요 급락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
기업 혁신·개인 소비 필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10명 이하로 줄어들고, 코스피는 1900대 수준까지 회복했다. 미국에서 들려온 치료제 소식에 코로나 위기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실질총생산이 -3%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았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실질총생산이 -0.1%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코로나 위기가 전 세계 경제에 4번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한 폐렴의 전개 상황은 불행히도 지난 1월 이후 예측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더욱 우려가 큰 이유는 코로나발 위기가 한국 경제에 상당히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2000조원이지만 미국 GDP 대비 7% 정도이고 중국 대비 10%, 일본 대비 30%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나라 경제가 수출 및 수입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무역의존도를 살펴보면, 한국은 무려 70%에 가까운 반면 미국은 약 20%, 일본은 약 28%, 중국은 34%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 대비 한국 경제는 그만큼 다른 나라 시장 때문에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그럼 이제 해외 시장을 살펴보자. 먼저 한국 대외 무역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국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급락했다. 6.0% 성장률을 기록한 직전 분기 대비 무려 12 %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중앙은행은 경제성장률이 4% 수준으로 낮아지면 중국 은행 중 절반 정도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물경제에서는 중국 노동시장에서 4명 중 1명 정도가 실업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 무역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미국은 불과 4주 만에 실업수당 신청자가 2200만명을 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가 1950만명 정도인 한국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전체 숫자보다 지난 한 달간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신청한 근로자가 무려 200만명 이상 많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유럽 역시 사상 유례없는 봉쇄 조치를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무려 55% 감소했고, 이탈리아는 무려 85% 감소했다. 특히 국가 GDP 중 10% 이상을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은 가장 성수기인 여름 시즌 관광산업 매출액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일본,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역시 결코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는 국제 항공노선 매출액이 작년 대비 99% 감소했고, 자동차 산업에서는 선적 자체가 중단됐으며, 화학 분야에서는 원유가 폭락 때문에 수출이 40% 이상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출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 자영업, 개인사업자의 상황은 더욱 참혹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예기치 못한 위기 때문에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을 최대한 살려서 실업을 막아야 한다. 실업을 막지 못하면 위기 이후에 경제를 재가동시키기 어렵다.

기업은 이번 위기를 혁신적인 생산성 제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 세계적 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 독일이 자국 내 제조업 고용을 유지하는 비결은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계획된 미래 소비를 최대한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꼭 필요한 소비를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구매하는 것이 결국 국가를 살리고, 기업을 살리고, 가정을 지키는 일이다. (매일경제 2020.04.20)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0-04-20 16:37:28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