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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석좌교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도시라고 하면 도시는 인간의 삶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꿈꾸고 창조하는 텃밭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과거의 흔적을 보전하며 미래를 더욱 발전시키는 동력을 제공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상과 문화, 예술 등이 함께 녹아드는 용광로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가족이 모여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으로 시작하여 마음을 조성한 후 지역을 건설하고 국가라는 울타리 속에 몸을 아끼고 살아 왔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사람은 “도시적 동물”이라고 말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Amin, A.라는 도시학자는 도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소를 (4R; Repair, Relatedness, Rights, Re-enchantment) 가지고 성장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도로, 철도, 상하수도, 통신, 에너지 그리고 의료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안전하도록 유지관리 개량이 적기에 실행되고, 

둘째는 시민간에 호의적이고 친절한 관계가 조성되어 ‘우리(We)’라는 관계가 지배하는 사회로서 이웃도시에서 조차 이주해오는 환경의 조성과, 

셋째는 민주적이고 시민의 권리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사회, 

넷째는 견해가 다른 시민들이 이견을 스스로 조정하고 타협이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진 도시가 좋은 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광주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왠지 짠하다”라는 생각입니다. 

수많은 역사적 흔적, 문화적 업적이 산재함에도 “광주학생운동”, “광주민주화 항쟁” 등에서 나타나는 독립과 민주화에 대한 무거운 저항정신이 아름답고, 흥과 끼가 넘치는 그리고 맛깔스런 고장의 멋을 가리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욱이 정의롭고 용기있는 저항정신이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폄하되고 훼손될 때 그 아픔은 깊은 상처로 남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처들은 광주라는 도시를 정치적, 사회적 도시로 만들어 가게하고 있으며 왠지 편안하고, 안심되는 도시와는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5.17 사적”의 대표로 인식되는 옛 전남도청 자리를 재조성하면서 보여주는 조급함과 가벼워보이는 상징물들입니다.

광주가 이룩한 역사적 흔적과 의미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작업으로는 정교한 역사적 사실과 흔적의 정리와 보전을 통해 정의로움을 추구해 가는 감동이 당시처럼 후세에 전해져야 합니다. 


슬프고, 억울한 박해에 대한 울분도 중요하지만 침착하고 냉정해지는 역사적 판단을 수용하면서, 후세에 전하는 메시지가 ‘처절한 공감’을 유발하고 그 역사적 괘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시 그 자체가 역사적 현실과 정신을 전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도시적 플랫폼으로서 광주라는 공간을 창출함에는 지금까지 추구해 온 시민정신, 역사의식을 긴 숨으로 정교하게 정리하여 광주만이 갖는 도시 정체성을 도시계획, 설계, 건설, 유지관리 각 단계마다 담아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광주의 정체성이 잘 발현되고 도시 공간속에 스며들게되면 “정의로운 광주”로서 시민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삶이 즐거운 도시로 전환될 것입니다.

정의롭기만 하고 삶이 피곤한 도시는 지속될 수 없으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광주는 이미 충분한 크기의 공간 면적과 충분한 인구를 도시로서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산업화를 추구하고 인구유입에 의한 도시 성장은 더이상 지속가능한 도시가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의 인구규모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고, 수준 높은 정신적 가치를 향유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살수 있는 도시가 광주의 미래가 추구하는 가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도시 계획에 대한 기본 철학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즉 청렴도가 높은 지역, 교육의 질과 기회가 보장되는 곳, 중소기업/소수를 편안케 하는 지역, 창조적 두뇌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식사회 등이 도시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정치적으로 최고 수준을 구가하는 도시에서 정의로운 삶을 추구하는데 앞장서는 도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 강남도시개발의 허상을 반복하지 말고 광주다운 도시 철학이 제안되길 기대합니다.


서울 강남의 경우 예를 들면 재건축을 시행하면서 Social mix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즉 재건축단지에 대⋅중⋅소형 주택을 혼합하여 개발함으로써 소득에 관계없는 균등한 인프라시설 이용, 노인⋅중장년⋅젊은이들이 함께 모여사는 세대를 극복하는 주거환경의 조성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원주민 재정착’이 거의 불가능한 차별적 사회를 조성하고 있으며, 또한 임대주택이 도심에 진출하는 기회가 봉쇄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역사적 유적은 용적율에 의하여 훼손되고 있으며, 빈부 격차를 조장하는 사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왜곡된 교육을 자랑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서울, 강남은 정의로운 도시가 아닙니다.

 

정치⋅사회적으로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한 광주는 ‘정의로운 도시’로서 우리 사회의 빛이 되길  기대합니다. ( 2019.1.7 호남미래포럼 회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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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13 18: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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