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담양에서 ‘대나무 불판’을 개발한 이재열씨
  • 기사등록 2020-04-10 10:46:10
  • 기사수정 2020-04-16 16:29:08
기사수정


지금은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 대나무 수요가 저조해지고 대밭이 애물단지가 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이 나왔다. 

대나무의 고향 담양에서 ‘대나무 불판’을 개발한 이재열(60·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씨다. 

 

그의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담양에서 많이 나는 대나무를 이용하면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관건은 대나무 불판을 태우지 않고, 고기를 익히는 것이었다.

 

고민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고기와 대나무가 불에 타는 조건이 달랐다. 고기는 대체로 60∼70℃에서 익기 시작한다. 100℃ 안팎에서는 탄다. 대나무는 200℃ 전후에서 탔다. 직접 열을 가하는 직화방식이 아닌, 간접 가열일 때다. 

불에 타는 온도를 안 뒤부터는 시간이 그리 걸게 걸릴 것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대나무는 타지 않고, 고기가 익어간다. 대나무가 머금은 죽력이 고기로 스며들면서 서서히 노르스름해진다. 자글자글 빠지는 기름기는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간다. 고기의 겉과 속이 같이 익는 것도 신기하다. 고기의 겉이 타지 않는다. 미리 특허도 받아 놨다. 

 

‘대나무 불판’은 시각적 효과가 탁월하다. 푸른 대나무로 엮은 불판이 입맛을 당겨준다. 탁하게 거무스름한 기존의 불판과 비교할 수가 없다. 건강에도 좋다. 대나무 죽력에는 무기질과 아미노산, 당류 등 갖가지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다. 고기가 타면서 생기는 발암물질 걱정도 줄었다. 고기가 익으면서 나는 연기도 한결 적다. 양념된 고기를 올려도 마찬가지다. 

대나무 불판에 올려진 고기가 익어가는 걸 보면 더욱 놀란다. 눈이 화들짝 놀라는 게 당연하다. 

 

“대박이다” “신기하다” “기발하다” …. 탄성이 쏟아진다.

 

고기가 익는 온도와 대나무 타는 온도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만든 대나무 불판. 푸른 대나무로 엮은 불판 위에 고기가 군침 돌게 한다. 사진:전남새뜸

다 쓰고 난 대나무 살은 모두 버린다. 일회용이다. 설거지 걱정도 덜어준다. 기름기를 먹은 대살은 불에도 잘 탄다. 필요한 데서 가져다 쓴다. 

 

물론 철판이나 돌판에 비해 고기가 더디 익는다는 것 등 개선해야 될 점도 있다.  게다가 대나무 불판 만드는 공정도 다소 까다롭다. 대나무 살을 일일이 손으로 끼워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부담은 이 대표에게는 즐거움이다. 자신부터 이 제품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대나무 불판으로 고기를 굽는 음식점 대숲마을 (☎061-382-5989)을 내고 담양에서 운영하고 있다. 식당은 별나게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스타일과 닮았다. 마을사람들이 부담없이 찾고 있다가, 요즘은 입소문을 듣고 외지인들의 발길도 잦다고 한다.

 

그는 업소용 외에 야외에서 쓸 수 있는 대나무 불판도 개발해 뒀다. 다만 욕심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한테 우선 대나무 불판으로 구운 고기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전남새뜸, 서울통신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0-04-10 10:46:10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