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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한국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전 고려대 교수/ 전 일본 니혼(日本)대학 국문과 객원교수, 동경대학 시간강사
전 중국 텐진 사회과학원 및 남개(南開)대학 객원교수 /전 일본 교토(京都)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외국인연구원
전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외국인교수 /
전공분야: 일본문학과 역사, 한중일 비교문화, 동아시아학



세계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이 현실화되며 공포상황에 빠져 있다. 과학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한 21세기에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기존의 질서와 시스템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상이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구분될 거라고 현사태를 진단한다. 


그만큼 코로나사태의 충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한 시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평시와 다른 답답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유, 질서, 인권, 생명 등을 다시금 생각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고립, 불안, 권태, 지루함, 무력감과 같은 결핍과 박탈 속에서 오랫동안 간과했던 것들이 지닌 의미를 곱씹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위안과 자부심을 주는 것은 성숙한 시민 의식정신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고 배우려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확진자 수는 줄어들고 완치자 수는 늘어난다는 수치가 한국의 선진적 방약체제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향후 어찌될 지 안심할 수 없고, 몇 비상식적인 집단들이 있기는 하지만, 총체적으로 보아 지금까지 정부, 의료계, 국민 모두가 잘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유럽, 미국 등 그 동안 선진국으로 우리가 부러워하고 배워야 할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재기 등과 같은 사회현상이나 의료 대응체재를 우리와 비교해보면서, 한국이 이제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정도가 아니라 세계를 리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조차 든다.


불과 수 십 년 전에 1인당 1천불 소득을 목표로 한 적도 있었고, 드러내놓고 지역차별과 독재통치를 조장하는 자가 득세하는 사회였던 적도 있었다. 1인당 소득이 1만불~ 2만불하는 시대임에도 차별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되기도 하였다. 


아직도 정계, 언론계, 종교계, 법조계 등의 비리와 폐해를 보면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에 끝이 보이지 않지만,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잠시나마 인정하고 싶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감사를 먼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희생한 분들에게, 산업과 과학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분들에게 드리고 싶다. 내가 지금 느끼는 자부심과 우리 사회 발전의 근간에는 바로 그 분들이, 그분들의 가치관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돌려 긴급사태를 선언한 이웃 일본을 보자. 그동안 일본은 1차 세계대전 이후 100여년간 세계 2,3위의 경제력을 지닌 선진국으로 우리 옆에 존재해 왔었다. 우리와의 쓰라린 역사는 차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배울 것은 배워야만 했던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모습은 어떠한가.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지경에 이르기 직전까지 아베정권은 코로나 검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자국은 물론 세계를 상대로 속이고 왜곡하여 왔다. 올림픽을 세계 스포츠대전으로서가 아니라 국익의 차원으로 이용하려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림픽이 연기된 이후에 확진자 수의 폭증을 눈앞에 두고서야 떠밀려서 비상방역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검사자 수는 적은 편이다. 이러한 근자의 행태만 보더라도 본질을 은폐하고 진실을 호도해온 아베정권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희생자가 늘어날수록 분노의 방향을 어디로 유도할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거의 역사가 보여주듯 일본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침략 전쟁이라도 자행했던 나라였고, 그 후에도 역사의 진실보다는 국익이 우선인 사회였다. 이것이 일본의 민낯이다. 도덕률과 가치관을 상실한 국익 우선주의의 일본은 이제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우리 옆에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갑자기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자부하고만 있을 것인가. 여전히 우리사회도 풀어야 할 숙제를 많이 안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야 할 부(負)의 역사도 있지 않은가. 


부단히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고 재정립하려는 사회, 인류사회에 제시할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앞으로 한국은 세계속의 타산지석이 될 것인가 반면교사가 될 것인가.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의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쳐볼 때이다. 이를 통해 일본과 다른 한국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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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08 09: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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