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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찬사와 코로나이후 세계질서


국경 닫지 않고 감염병 통제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
100여개국서 공조 요청 봇물
아낌없이 지원·협력 나서야
새로운 세계 리더국가 될 것


[미시간대 경영대 석좌교수]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는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갔다.

 4월 첫째 주인 현재 미국의 3억3000만명의 90%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이동제한명령이 떨어졌고, 부활절인 4월 12일을 기점으로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6월 초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더라도 1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거라는 예측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미국에서 지난 2주 동안 1000만명 가까운 실업자가 나오고, 6월에는 그 수가 20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은 거의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몇 달 동안 우리는 전 세계의 거대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바이러스는 국가의 위상,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전혀 상관없이 퍼지고 있다.

찰스 영국 왕세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 영화배우 톰 행크스 등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전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여겨졌던 G7 국가들이 코로나19 앞에서 일순간에 무장해제되는 것이었다.

특히 역사적으로 세계 속 리더 역할을 해왔던 미국의 경우는 더욱더 놀랍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전쟁, 금융위기 등 전 세계적인 위기가 있을 때 강대국의 위치를 더 굳건히 해 왔지만, 이번 사태에서 미국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대다수 미국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마스크, 페이스실드 등 기본적인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고 병실이 모자라 컨벤션센터, 체육관, 학교 기숙사를 야전병원으로 바꾸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말 바꾸기로 인해 뒤늦게 시작한 검사 역량에 지친 대형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검사키트를 통해 각자도생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상업·서비스 시설, 학교, 법원, 은행 민원, 행정 민원 등이 올스톱되었다. 유럽은 대부분의 나라가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나라마다 국경을 닫고 입출국을 금지하는 전무후무한 일들을 보고 있다.

앞으로 2~3개월의 상황은 상당히 걱정스럽다. 확진자가 33만명을 넘어선 미국은 4월 한 달 동안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14억 인구의 인도, 2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에 집단 발병하는 시기가 시작되면 코로나19 여파는 짐작하기 힘들 정도이다. 단 한 명의 확진자라도 찾아내려는 한국의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쓰기에는 시기가 늦거나 역량이 부족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2월 말과 3월 초에 전 세계에서 중국을 제외한 유일한 대규모 집단 발병 국가였던 한국은 정부, 민간, 시민단체, 국민 등의 노력으로 거의 유일하게 기하급수적 증가를 막은 나라가 되었다. 더더욱 전 세계에서 중국인 입국금지를 제일 먼저 실시한 미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 비해서 국경을 닫지 않고 검사를 통한 게이트키핑과 철저한 역학조사로 발병자 수를 줄인 한국을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언론에서 주목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미 100여 개국이 한국에 도움과 공조를 요청하고, 백악관의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짜증 낼 정도로 계속 받는 질문이 '왜 한국만큼 못 하느냐'라는 이런 현상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이 상황에서 두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국내 방역의 꾸준한 관리와 동시에 많은 국가들과의 협력과 지원에 나설 때다. 진단 시약과 시스템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이 되는 나라들뿐 아니라 경제력이 미약한 나라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코로나19 후에 펼쳐질 세계 질서 내에서 한국의 위치를 바꿀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으로부터 생명을 구한 원조를 하는 나라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국가가 되었다. 지구를 수개월 올스톱시킬 코로나19 이후에 재편될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어디에 있을지는 지금 결정된다.
                                     (매일경제신문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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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07 15: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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