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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 제2대 3대 중앙인사위원장(장관)


저는 시골의 무명 의사입니다. 나이는 한국의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4-50대라고만 밝히겠습니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한국의 골든 에이저분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오늘의 한국사회를 만드신 골든 에이저들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골든 에이저(golden ager)라고 하면 무슨 뜻일까요? 골든 에이저는 말 그대로 인생의 황금기로서의 말년을 보내시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평생의 노력을 통해 그것을 획득하신 것으로, 충분히 누리실 자격이 있는 분들이십니다. 경제적으로는 의식주의 큰 걱정없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평생 그러셨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일제의 잔재를 경험하셨을 것이며, 6.25 한국전쟁이라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게임과 영화 등 영상매체를 통해서만 접하는 전쟁의 참상을 어린 시절 몸소 체험하신 세대일 것입니다. 밥을 굶고, 거주하는 환경이 좋지 않기도 하고, 입는 것도 신경쓰지 못하던, 말 그대로 의/식/주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20세기 격동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으신 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골든 에이저들은 젊은날 그 시기를 열심히 일을 하면서 보내셨고, 또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훌륭하게 키우고자 고생을 하셨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저와, 저보다 10년 정도 어린 세대들이 바로 골든 에이저분들의 다음 세대일 것입니다.

 

한국의 골든 에이저는 그리하여 한국사회를 OECD 국가에 올림으로써 명실공히 선진국에 진입하는 ‘압축적 근대화’를 성취하였습니다. 서구사회가 300년에 걸쳐 이룩한 것을 30년, 즉 여러분 한 세대안에 이룩하였습니다. 전 세계 유래없는 ‘한강의 기적’의 주축이시며,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의 추억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삼성의 핸드폰과 LG전자의 TV 및 세탁기, 현대의 제네시스와 고속 인터넷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골든 에이저들 덕분입니다. 또, 아직도 시끄럽지만 일단 정치적으로 많은 발전을 성취했고, 현재의 코로나 사태 관련해서도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정보가 개방되어 있고 낫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 한국의 골든 에이저(golden ager) 덕분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 대해 짧게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골든 에이저 분들은,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매우 염려스러우실 것입니다. 이상한 병이 중국에서 시작되어 세계적 유행병이 된 것은 매우 안좋은 사건이지요. 이제는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과 미국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좋은 현상인데, 바로 국지적 유행병이 아닌 전 세계적 유행병이 됨으로 인해, 전 세계의 모든 최고급 두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들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사스(SARS) 때에 했었고, 메르스(MERS) 때에도 했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19 (Covid-19) 역시, 이들과 비슷합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면,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조심하지 않은 사람은 걸리고, 유행은 지나가게 됩니다. 코로나19가 단지 사스나 메르스보다 넓게 확산이 되었고, 그래서 해결하는데 오래 글리는 것입니다만, 위에 말씀드렸듯 이것은 한국 사람들에게 오히려 좋은 소식입니다. (참고로 아직도 메르스나 사스 환자가 있습니다. 한국에만 없을 뿐입니다.) 3월 19일 오늘,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은 추가 확진자가 ‘0명’이 되었습니다. 후베이성은 유래없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 아마 이 문제를 거의 해결해가는 것 같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비누로 손씻기 등을 통해 여름이 되면 아마도 국내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 우리는 그 때까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골든 에이저분들은 평소와 같은 운동이나 여가생활을 잘 못하시면서 심지어 귀여운 손자, 손녀를 방문하는 것도 조심스러우실 것입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째.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합니다. 많은 골든 에이저분들이 지금 집 안에서 식사와 TV, 간단한 운동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배우자분과 단 둘이 하루 종일 지내시는 경우도 많겠지요. 생각해보면, 몇십년 전인 신혼때가 아니면, 평생 몇 달을 그렇게 두 분이 함께한 시간이 없으실 것입니다. 아니, 신혼때에는 오히려 바쁘게 일을 하느라 못하였고, 지금처럼 몇 달을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이 평생 처음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고마운 기회로 삼아보시면 어떠할런지요. 반평생을 나와 함께 한 반려자와 단 둘이 몇 주~몇 달을 함께 보내시면서, 그간 섭섭했던 마음도 털어버리시고, 조금씩 젊을 때처럼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심심하다면 장롱에서 화투패를 꺼내 고도리라도 함께 즐겨 보시고, 장기나 바둑, 오목이라도 함께 둬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TV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면 같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요즘 드라마 재미있는 것 많습니다.

 

둘째. 미래를 바라보고 희망차고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십시오. 현재 WHO에 등록된 자료만 보아도, 이미 3~40개의 백신과 치료제가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국지적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문제가 되었기에, 발전한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모든 인류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수십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류 최고의 두뇌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인류가 그래왔듯이, 얼마 안가 해결책을 발견할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몇 주 안에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빌 게이츠를 포함한 전 세계의 자본이, 해결책의 연구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곧 해결됩니다. 오히려 일생의 여유로운 휴가를 집에서 보낸다고 생각하시고, 몇 달간의 여유를 갖고, 평소 안하던 집안일도 해보시고, 안보던 영어공부나 일본어 공부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코로나 휴가”라고 부르십시오. ‘코로나 휴가’ 기간 동안에, 안쓰던 외국어를 EBS 교육방송으로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한국은 교육방송이 잘 되어 있어서, EBS (채널13), EBS2 (채널95), EBS-e (영어 채널973), EBS+1 (채널972), EBS+2 (고등학생용 채널971) 등 보실 것도 많습니다. 여기저기 돌려보면 재미있는 동물의 왕국 (Discovery 채널) 등도 많습니다. (이 채널 숫자는 KT기준임.)

 

셋째. 코로나 휴가 동안 건강을 잘 챙기십시오. 반드시 집안에서 반드시 하루에 1분씩 세 번, 맨손체조로 몸을 풀어 주십시오. 소파에 앉아 TV를 보지 마시고, TV보다가 잠시 일어나서 1분씩 체조 꼭 해주세요. 10분 정도씩 자리에 서서 TV를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사무실에서 의자를 없애고, 서서 업무를 보자는 캠페인도 있습니다. 꼭 하루 세 번, 1분씩 맨손체조 잊지 마세요. 백신이 나와도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넷째. 하루 10번, 비누로 손을 씻으십시오. 왜 비누가 효과적인가 하면, 바이러스의 표면은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누(어려운 말로 ‘계면활성제’)의 성분은 이 지방질을 바로 파괴해 버립니다. 쉽게 말하여, 비누는 바로 바이러스를 죽입니다. 이처럼 강력한 성분이 비누처럼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데 있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행운입니다. 비누로 어떻게 손을 씻어야 하는지는 언론에서 많이 나왔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맨손으로 한참 마늘을 까고 그 손을 사용하여 바로 자기 눈에 콘택트렌즈를 끼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눈이 따가울 것이므로 비누를 사용하여 엄청 손을 잘 씻겠지요? 그렇게 씻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마늘의 매운 기운이 남아있으면 눈이 따갑겠지요? 그래서 남아있지 않게 씻어야 합니다. 그 생각을 하고 씻지 않으면 손에 바이러스가 남게 됩니다. 비누로 손을 씻을 때는 반드시 생각하세요. “나는 방금 마늘을 만졌다. 지금 손을 씻은 다음 내 눈에 콘택트렌즈를 끼울 것이다. 그래도 눈이 따갑지 않을 정도로 비누로 손톱아래까지 꼼꼼히 씻을 것이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씻고, 흐르는 물로 죽은 바이러스를 흘려보내세요. 그리고 마스크만 쓰고 잘 다니시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참고로, 맞바람으로 눈물이 나시는 분은 선글래스를 끼거나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모자’를 써서 눈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하세요. 야외에서 눈을 비비거나 코를 만지거나 입을 만지면 절대 안됩니다. 

 

다섯째. 충분히 휴식과 잠을 자세요. 요즘은 환절기라 평소에도 감기환자가 많이 생깁니다. 평소 물을 많이 드세요. 의도적으로 물을 마셔야 합니다. 밥먹을때만 조금씩 드시면 안됩니다. 하루 세 번 정도 따뜻한 물을 마시는 시간을 만들어서, 따뜻한 녹차 등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TV를 볼 때에는 반드시 따뜻한 녹차를 준비해서 자리에 앉기 바랍니다. 그리고 잠을 잘 때에는 목에 수건을 하나 두르고 주무세요. 평소에도 이 습관을 들이시면 목감기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또 요즘 환절기지만 새벽에 춥습니다. 절대로 따뜻하게 입고 주무시고, 특히 히터를 절대 끄지 마세요. 밤에는 수건 두 개에 물을 적셔 걸어두고 주무셔야 호흡기가 건강해집니다. 꼭 잊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집에 공기청정기가 있는 분들은, 반드시 켜놓고 계시기 바랍니다. 요즘 공기청정기는 24시간 켜도 한 달에 몇 백원 안합니다. 그리고 많은 공기청정기는 공기 중의 박테리아를 걸러주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입니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 보다 매우 작습니다. 그런데 요즘 공기청정기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기능이 있는 제품도 많습니다.) 잠을 자러 가실 때에는 “수공목따”를 기억하세요. 반복하세요. “수공목따, 수공목따, 수공목따”. 수(수건에 물을 적셔 걸고), 공(공기청정기를 항상 켜고), 목(목에 수건을 감고), 따(따뜻하게 온도조절하고) 주무시면 됩니다.

 

마지막입니다. 잠을 잘 때 “수공목따”를 외우시듯, TV를 볼 때에는 “물체서”를 반복해서 외우세요. “물체서”. 따뜻한 ‘물’ 한잔 준비하고, 중간에 1분씩 3번 ‘체조’를 하시고, 중간에 10분씩은 ‘서서’ 보세요. 

 

 이상의 내용들만 잘 지키시면, 한국의 골든 에이저 선배님들은 ‘코로나 휴가’를 잘 보내시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이 글을 다른 분들에게도 전달해 주셔서 모두 건강한 여름 맞이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조창현은 한양대 석좌교수다. 행정학과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교수이다. 10여 년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한 뒤 한양대학 교수로 귀국했고, 정년을 맞은 이후 지금도 이 대학의 석좌교수로 있다.그는 제2대와 제3대 중앙인사위원장(장관)과 제3기 방송위원장을 지냈다. 그 이전에 지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까지 합치면 약 8년을 공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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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06 16: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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