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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근 / 어느 나라도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한 지붕 아래 있지는 않는다
  • 기사등록 2022-03-28 18:12:05
  • 기사수정 2022-03-29 17: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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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마전 거의 50년 동안 전략가 차원의 일을 해왔던 어느 예비역 선배 장교와 대화했다. 군에 재직할 당시 초급 장교 시절부터 청와대 등 정책 부서에서 장기간 동안 근무했던 분이다. 국가안보 관련 책도 여러 권 저술했다. 이 선배 장교 이외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경호 책임 등 위기관리 문제를 장기간 담당했던 어느 선배 장교와 대화했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전문가로 자처하지만 대부분 전문가가 아닌 듯 보인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대부분 인사들의 시각이 기술 및 전술적 차원으로 국한되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누가 무어라고 해도 이들은 주변에서 진정 믿을만하다고 평가받는 전략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청와대 용산 이전은 국가안보 측면에서 매우 잘못이라고 말한다. 누가 윤석열 당선자 다음으로 대통령이 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삼각지에서 재차 현재 위치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상 어느 국가도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동일 건물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은 비행기도 동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요 이유는 대통령 유고시 국가안보 측면에서 주요 역할을 해야 할 인사에 국방부장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동시에 유고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의 하나 북한이 또는 특정 국가가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거주하는 삼각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 소통 차원에서 국방부 부근으로 청와대를 이전할 것이라고 하는데? 국방부 부근은 청와대와 비교하여 소통이 보다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군인들이 대통령을 구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관점도 표명했다. 군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대통령이 지구상 어디 있는가?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로 보인다.


여기서는 마지막 부분과 관련하여 몇 자 언급하고자 한다.  2000년의 9.11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본토에 육군을 가능한 한 주둔시키지 않았다. 쿠데타 위험 때문이었다. 조선왕조가 군사력 양성을 등한시 한 것도 장군들이 왕조를 전복시킬 가능성 때문이었다. 


만의 하나 무장한 군인이 대통령을 구금하는 등 정권 찬탈을 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날 이 같은 군인이 어디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테러공격으로부터의 방호 필요성을 절감하기 이전까지 미국인들조차 미국 대륙에 육군 주둔을 꺼려한 바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영국 및 미국과 같은 국가들은 위기가 벌어지면 시민군 형태로 대응했다. 위기가 종료되면 육군을 해체했다. 예를 들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많은 병력을 동원했다. 전쟁이 종료됨과 동시에 대부분 육군을 해체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1,200만명의 병력을 유지했다. 전후 그 숫자를 150만 명 미만으로 줄였다. 이들 병력의 대부분을 해외에 유지했다. 미 본토에는 가능한 한 육군을 주둔시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는 육군이 정권을 전복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미국의 전통은 영국대륙에서의 경험에 기인했다. 영국 또한 상주 육군이 왕정을 전복시킬 가능성을 우려하여 국가 내부에 육군 주둔을 꺼려했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대부분 육군을 해외에 주둔시켰다. 그런데 이들 미 육군이 해당 지역 국가의 정부를 전복시키는 등 정권을 위협하는 행동을 종종 자행한 바 있다.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는 수도방위사령부를 대거 강화했다. 수방사 사령관을 포함한 수방사에는 박정희가 신뢰하는 장교들만이 보임될 수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이처럼 했던 것은 야전 육군들이 한강을 도강하여 또는 특정 경계를 넘어 청와대로 진격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민주화된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민주주의가 만개한 국가에서도 오늘날까지도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둔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통령과 국민의 빈번한 접촉을 강조한다. 일하는 모습을 국민이 창문 너머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만의 하나 장사정 무기로 혹자가 대통령을 저격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통령 집무실을 공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0년의 9.11 테러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조차 쿠데타 우려로 미 본토에 육군 주둔을 꺼려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황이 그러한데 대통령이 군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자진해 들어가도 되는 것인가?


필자가 접촉한 상기 인사들은 이 같은 사실이 당선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국가통수권자의 안위는 국가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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