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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한국행정학회장

성균관대명예교수·전한국행정학회장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이 키워준 대통령 후보”라고 강조하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외쳤다. 그 길을 찾아야 할 인수위 활동에는 아래 ‘3대 준칙’이 필요할 것이다.


준칙1은 ‘국민을 감동하게 해라’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성과에 의한 사업적 평가뿐 아니라 평판에 의한 정치적 평가도 이뤄진다. 인수위는 일단 선거 공약을 중심으로 타당성과 현실성을 검토하되 국민의 감동을 자아낼 미래 지향적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정무·사법·행정 분과 소관의 개혁 과제 세 가지만 예시해 보자.


첫째, 국민은 지도자의 대승적 결단에 감동한다. 한국사회에 판사·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前官禮遇)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지만, 정치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의 방어벽은 난공불락이다. 새 대통령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엄연한 현실을 방치하고도 ‘공정과 상식’을 말할 수 있겠는가.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법조인의 이익 카르텔을 깨는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둘째, 국민은 승자의 아량과 양보에 감동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호한 공영방송이 결과적으로 정권의 몰락을 재촉한 측면이 있다. 종전에도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곤 했지만, 문 정부에서는 도를 한참 넘었다. 이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인수위는 ‘정권의 방송’으로 복무해 온 공영방송을 ‘국민의 방송’로 되돌리는 지배구조 개편의 원칙과 방향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민은 정직하고 투명한 공권력 행사에 감동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공기관장 공모제(公募制)는 지금껏 청와대에서 대상자를 내정하다시피 해놓고 무늬만 공모 형식을 취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을 들러리 세워 낙하산 후보에게 공정의 명분을 헌납하는 통과의례로 전락했다. 언제까지 허울뿐인 공모로 국민을 기만할 것인가. 공모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든지, 아니면 차라리 임명제로 전환하고 인사권자가 책임지든지 해야 할 것이다.


준칙2는 ‘절제하면서 멀리 보라’다. 신경심리학자 로버트슨의 ‘승자 효과’(The Winner Effect)에 의하면 승자의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자기 확신’의 신경 전달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앞만 보고 돌진하는 ‘터널 비전’ 증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승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빠져들고, 반짝 효과를 노리는 포퓰리즘에 편승하기 쉽다. 문 대통령이 보여준 정책 행태가 그 전형이다. 인수위는 무리하게 대통령 재임 중의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단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당선인은 후일의 역사적 평가를 의식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준칙 3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능을 중시하라’다. 눈에 보이는 부처 통폐합은 당장 큰 성과를 이룬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정책 성과는 조직의 구조(하드웨어)보다는 리더와 운영(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이는 정권 인수기에 이뤄졌던 수많은 정부 조직 개편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구조 개혁보다 부처 간 협력과 기능조정, 평가와 성과관리,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 인적 자원의 재배분, 시스템 혁신 등 기능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채택된 과제는 문제의 심각성, 소요 재원, 국민적 관심, 정치적 요인 등을 고려해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인수위가 정권교체를 갈망한 국민적 염원을 충실히 담아내려면 폭넓은 시야와 겸허한 자세로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2022.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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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23 12: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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