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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워싱턴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지난 9일 치른 제20대 한국 대통령 선거는 2020년 미국 대선과 닮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각 역대 최다 득표 낙선자로 기록됐다. 이 후보는 1614만 표를 얻어 문재인(1342만 표), 박근혜(1577만 표) 대통령 당선 때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윤석열(1639만 표) 당선인에게 패했다. 역대 대선 득표수 2위다. 트럼프는 7422만 표를 얻어 조 바이든 대통령(8128만 표)에게 졌지만, 미국 대선 역사상 바이든 다음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는 바이든과 윤 당선인에게 적극적으로 반대한 유권자가 국민의 절반가량 된다는 뜻이다. 노련한 바이든은 민심을 정확히 읽고 통합과 치유를 당선 첫 메시지로 내세웠다. ‘미국의 영혼’ 회복과 ‘중산층 재건’을 약속했다. 평범한 미국인의 욕구를 짚었다. 정권 인수 기간 70여일 동안은 취임 후 실시할 정책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문가들이 임기 첫날부터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신을 뽑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언행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측 잔디밭 헬기에서 내린 뒤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측 잔디밭 헬기에서 내린 뒤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윤 당선인 앞에 놓인 여건도 당시 미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득표율 차가 0.73%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두 동강 난 민심 통합이 급선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손 놓다시피 한 방역과 치료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시급하다. 제로 금리 시대의 종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습이 더 많은 국민을 안심시키지 않을까.

 (중앙일보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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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22 12: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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