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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 명예교수, 전 인사혁신처장




  • 정부의 고위직 인사 및 공공기관 임원의 통합적 탕평인사와 관련해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논쟁이 뜨거울 때 한국판 플럼 북(Plum Book)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그러면 미국과 한국 정부는 과연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에 해당하는 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위 명부록을 발행한다. 책 표지 색상이 익은 자두 색깔과 비슷해 플럼 북으로 불린다. 상원의 국토안보·정부업무위원회와 하원의 감독·개혁위원회가 4년마다 번갈아가며 발행한다. 자료는 한국의 인사혁신처와 비슷한 인사관리처가 지원한다.

    이 책에는 연방정부 고위 공무원 이상부터 장차관급에 이르기까지 주요 직위가 포함됐다. 고위 외교직과 별정직 등도 포함하며, 연방정부의 약 9000개 주요 직위의 명칭, 현직자 이름, 임명 형태(대통령 임명직, 상원 청문, 경력직·비경력직, 한시적 임기, 별정직 여부), 보수 등급과 직급, 임기 여부, 임기 만료일 등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는 주요 직위에 관한 인사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므로 대통령직 인수인계 시 꼭 필요한 자료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책자를 발행한 바 없을까?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노무현정부가 한국판 플럼북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중앙인사위원회가 인사수석실 등과 협의해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을 공개 발행했다. 주요 직위에 대한 직위 명칭, 현직자 성명, 직급, 임용 일자, 직전 직위 등은 물론 기관별 주요 기능과 조직 현황, 부서별 주요 업무와 조직도 등을 담아 미국의 플럼북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정부의 인사혁신처는 노무현정부의 사례를 참고해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을 공개 발행했다. 여기에는 행정부 47개 기관의 본부 서기관급 이상 7800여 명의 직위 명칭, 현직자 성명, 직급, 담당 업무, 전화번호는 물론, 기관별 주요 기능, 조직 현황, 주요 업무 내용 등을 담았다.

    미국과 한국의 플럼북 간 큰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미국은 플럼북 발행 주체가 상하원의 상임위원회이며, 4년마다 공개 발행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는 미국과 달리 발행 전통이 아직 구축되지 못했다. 즉 플럼북 발행 정책이 아직 제도화돼 있지 않으므로 반드시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명부록에 포함되는 대상 기관 범위도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 각 부처청(30개 기관), 독립기관 및 공공기관(125개 기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노무현정부에서는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산하 기관을 포함했으나, 문재인정부에서는 행정부만을 포함했다.

  • 현실 정치를 감안하면 주요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개별 공공기관 임원을 확인할 수 있으나, 대통령 인사권에 해당하는 주요 공공기관의 임원 현황을 한눈으로 살피며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공공기관 임원 명부록도 필요하다.

    고위직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때문에 국가 주요 직위 명부록은 물론 공공기관 임원 명부록을 대통령선거 직전에 공개 발행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인수인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새 정부에서 국가 주요 직위와 주요 공공 기관의 임원 인사를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고위직 인사가 진일보 하기를 기대한다. (매일경제 2022.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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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18 18: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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