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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질랜드는 모든 고등학교가 동일한 시험문제로 평가받습니다.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1등부터 서열이 매겨집니다. 뉴질랜드는 여자고등학교, 남자고등학교, 남녀공학의 세 가지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제가 뉴질랜드에 교환교수로 있을 때 10위까지의 고등학교 중 여자고등학교가 9개였습니다. 한 개는 남녀공학이었고 남자고등학교는 하나도 10위내에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섣불리 남성의 지적 능력이 여성보다 못하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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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도 뉴질랜드처럼 여자고등학교, 남자고등학교, 남녀공학의 세 가지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우리는 뉴질랜드처럼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모의고사가 없기에 서열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험이 있다면 과연 성적은 어떻게 될까요? 얼마전에 흥미 있는 말을 들었습니다. 남학생이 남녀공학에 배치 받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합니다. 여학생이 내신 1등부터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하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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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르친 고려대 행정학과에는 여학생이 거의 절반이었습니다. 제가 시험을 채점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여학생의 답안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입니다. 각종 취업 시험도 필기시험은 여학생이 고득점을 독차지한다고 합니다. 특히 이과가 아닌 문과의 경우는 여성이 강세를 보입니다. 외무고시에서는 이미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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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대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였습니다. 이대남은 지지정당을 바꿀 용의가 있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다른 세대에 비해 높습니다. 중도적 성향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죽어도 민주당’ ‘죽어도 국민의힘 당’에 비하면 매우 유연합니다. ‘요즘 젊은애들은…’하고 혀를 차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요즘 젊은이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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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이 보는 여성은 더 이상 세상의 약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군대복무 등으로 남성이 불리하다고 인식합니다. 정치인은 대개 5, 60대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여성은 매우 불리한 환경에서 불이익을 당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종 제도가 지나치게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20대 여성의 부모는 과거 여성이 불리했던 시절을 상기해서인지 딸을 차별하지 않고 키웁니다. 따라서 20대 여성은 당당하고 적극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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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세대가 보는 남녀관계와 20대의 남녀관계는 매우 다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은 항상 차별받고 불리한 존재였지만 드디어 여성우위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여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와 환경을 20대에게까지 적용하니 20대 남성이 반발하는지도 모릅니다. 헤어지자는 남자에게 복수하는 성범죄 무고가 최근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대남은 명백한 반대 증거가 없으면 여성의 성범죄 제기를 무조건 사실로 인정하는 세력과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힘 당은 재빠르게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까지 공약했습니다. 유승민 후보까지 성범죄 무고죄 엄벌을 공약했습니다. 이대남은 이성교제에 있어서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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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녀의 생각은 이대남의 생각과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도 여성은 차별과 불이익으로 손해 본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녀와 이대남과의 충돌 속에서 소수의 여성혐오자, 소수의 남성혐오자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남성 혐오 사이트의 표현을 보면 ‘한남’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와 비아냥은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젊은 남성의 여성 혐오, 젊은 여성의 남성 혐오는 현재 수면 아래에서 부글거리고 있지만 민감한 주제여서인지 언론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발 빠른 정치인의 대응이 언론에 보도 됨으로써 국민이 조금씩 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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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은 민주당을 떠났지만 이대녀는 과연 얼마나 민주당을 지지할까요? 흥미로운 사실은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하자 이대남의 지지가 올랐다고합니다. 뉴스에 보니 여성가족부 폐지 발언 이후 이대녀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올라갔습니다. ‘X면 Y다’라는 선형적 사고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기에 정치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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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가 여성차별이라고 단정짓기는 무리이겠지만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여성의 찬성 비율이 반대 비율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놀랐습니다. 20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자칫 겉에 드러난 것만 보고 판단하다가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성별갈등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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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재명 후보 마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면 우스워집니다. 이 문제는 수학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쪽을 완전히 설득할 수 있는 해결책도 없습니다. 이대남의 말을 들으면 일리가 있을거고, 이대녀의 말을 들으면 일리가 있을 것입니다. 정치야 말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양쪽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양쪽 만족도의 합이 가장 큰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고 논리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국민이 이대남과 이대녀의 갈등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알아야 면장한다’는 옛말처럼 먼저 관심을 갖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겠습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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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02 12: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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