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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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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의 목마로 인해 트로이 전쟁은 종지부를 지었다.  아카이아 연합군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와 전쟁을 벌였다.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공성전만을 반복하다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오디세우스가 거대한 바퀴 달린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 안으로 침투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전쟁의 여신 아테네에게 바치는 대규모 제사의 상징물이라고 선전한다.                                                                   

    트로이 사람들은 승리를 만끽하며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였고,  새벽이 되자 목마 안에서 뛰쳐나온 정예병들이 미리 잠입해 있던 일행과 합류,  트로이 성의 성문을 열어젖히고 대기하고 있던 아카이아 군을 입성시켜 트로이 성을 함락시킨다. 



    여기서 트로이의 목마는 현재 치러지고 있는 대선과 연관 지어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한다. 트로이 전쟁의 포인트는 헬레네였다. 트로이 전쟁은 빼앗긴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벌어진 전쟁이다.  여기서 트로이 전쟁의 헬레네는 대선 정국에서의 민심을 상징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말미암아 민심을 잃었다. 그 민심을 국민의힘이 어부지리로 얻게 되었다. 이번 대선은 그 민심을 민주당의 이재명이 되찾아오는가, 아니면 국민의힘 윤석열이 민심을 사수할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얼마 전에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김종인이 트로이의 목마가 될 거'라고 예언 아닌 예언을 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소상공인 100조 지원’ 을 언급하면서도 그에 대해 같이 논의해보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를 두고 윤 원내대표는 김종인 식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면서 “이런 일이 거듭되면 민주당 승리를 불러오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을 향해 “이슈만 선점하고 실제로 하자고 하면 뒤로 몸을 빼버리는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로이의 목마는 따로 있다.  김종인은 트로이의 목마를 끌어들이는 데 일조를 했을 뿐이다.  국민의힘이 끌어들인 목마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그중 하나가 이준석 대표이다. 국민의힘은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의 이미지를 높게 평가하여 이준석을 영입했다.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은 국민의힘 당에 청년층의 이미지를 덧씌워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준석의 참신하면서도 날카로운 정치적 감각이 돋보인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였으니 대선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포지티브한 결과를 유도한 이준석의 이미지는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네거티브한 결과를 낳고 있다.

    애초부터 이준석은 이중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었다. 참신성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는 성숙하지 못함이라는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젊은 패기는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노련미는 부족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제 참신성보다는 노련한 대표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건 이준석의 한계이고 이준석의 참신성과 배치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준석은 오늘날 트로이의 목마가 되었다. 한때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걸림돌이 되어 국민의힘 지지도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기우는 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국민의힘이 끌어들인 트로이의 목마는 이준석뿐만이 아니다. 이준석이 작고 귀여운 이미지의 트로이 목마였다면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규모면에서 비교불가인 트로이 목마가 있다. 그 목마는 문재인 정부가 의도치 않게 키운 목마였다.  그 목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바로 윤석열이다. 처음에는 윤석열을 국민의힘 안으로 끌어들인 것 자체가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지지율은 압도적이었고 반 문재인 정서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 맞선 투사로서 당당히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맞선 인물' 이라는 사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선은 기존 정부에 맞서 싸운 투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능력과 역량을 갖춘 인물을 뽑는 선거이다. 국내외 정세를 내다보는 식견과 안목을 지닌 인물을 뽑는 선거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어떤가.  평생 검사로서 범죄자를 구속시키는 일만 하던 윤석열에게 그런 식견과 안목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윤석열의 한계가 드러나고, 국민의힘 당의 판단이 패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투사 윤석열의 이미지는 좋을지 몰라도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역량과 식견을 지녔는가에 대한 윤석열의 이미지는 바닥권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윤석열 본인의 잘못이 결코 아니다. 평생 검사 생활을 했던 윤석열이 돌파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선이 가까울수록 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서의 역량을 지녔는가에 대한 국민의 눈이 더욱 날카롭게 작동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운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국운 상승기를 맞이하여 대한민국을 명실공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정세를 읽을 줄 아는 뛰어난 안목과 식견이 있어야 하고, 국내외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이 있어야 한다. 그런 후보를 뽑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국운 상승기를 맞이한 대한민국   ( 사진 출처 : news.kbs.co.kr)
    국운 상승기를 맞이한 대한민국   ( 사진 출처 : news.kbs.co.kr)

     

    윤석열을 뽑으면 '박근혜 시즌2'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중도층에서 서서히 인식하고 있다. 청년들도 미래의 대한민국이 융성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청년층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윤석열을 지지했던 중도층과 청년층이 현실을 자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밉다고 하여 반 문재인을 천명한 윤석열을 뽑았다간 '도로 박근혜당'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에게 황교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되어 '전두환 시즌2'가 될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이준석이 제기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약칭)은 국민의힘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이준석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이준석이 당대표로서 윤석열에게 윤핵관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몰락한 것은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를 방관 내지는 방조했기 때문임을 이준석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윤석열은 윤핵관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준석이 바보인가. 윤핵관을 국민 앞에서 문제 삼을 때는 그럴만한 정황과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준석은 '미래의 최순실'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준석이 놓친 게 있다. 바로 김건희 모녀에 대한 것이다. 김건희 모녀는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김건희를 제어할 사람은 국민의힘 내부에 아무도 없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윤석열 후보 조차도 김건희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순실을 비선 실세로 두어 국정을 망친 박근혜 정부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반면에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와 분명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단지 공약에서만이 아니다. 이재명과 문재인의 캐릭터는 누가 봐도 차별화된 이미지이다. 한때 문재인을 고구마로, 이재명을 사이다로 부른 적도 있다. 그만큼이나 많이 다르다.  문재인이 대의를 앞세우지만  유약한 유비 이미지라면, 이재명은 교활하지만 정세 판단이 뛰어난 조조 이미지에 가깝다. 문재인은 성인군자 이미지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과 신축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저 착하기만 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성인군자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욕을 먹더라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돌파할 결단력도 있어야 하는 데 그런 점이 부족하다.  이재명에게는 문재인에게 있는 성인군자의 이미지는 없으나  문재인에게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돌파력과 임기응변 그리고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조조의 이미지가 있다. 

    지금의 시대는 착하기만 한 유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상황 대처력과 교활하게 보일 정도의 지혜와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 외엔 내세울 게 없는 윤석열은 국민이 원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 비전과 역량을 지닌 인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윤석열이 매일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1일 1실언이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실언의 근저에는 윤석열의 의식 수준이 어떠한지가 깔려 있다. 

    국민의힘이 끌어들인 두 개의 트로이 목마가 이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준석의 목마는 이미 작동하고 있고, 윤석렬의 목마는 그 자체로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제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미 트로이의 목마는 트로이 성을 불태우고 있고, 주민들은 하나둘씩 성을 떠나고 있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지지율이 역전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윤석열은 황교안이 실패한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보수층을 심중에 두고 있으면서 중도층과 청년층에게 잘 보이려는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후보 자신의 역량과 식견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선거 전략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민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할 생각이 없다. 전두환과 박근혜를 답습할 인물을 다시 뽑을 만큼 국민이 어리석지 않다. 국운 상승기에 걸맞는 후보가 누구인지 잠시만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대통령으로서의 역량은 갖추지 못한 채 반 문재인 투사 이미지만으로는 국민을 식상하게 만들 뿐이다.

    (한겨레 온  2021.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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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30 17: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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