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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정책은 협력의 내구력을 다질 수 있는 정책 플랫폼이다.
필자는 지난 10월 말 러시아 극동지역을 돌아보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지금 불야성이다. '즈베즈다' 조선소가 위치한 볼쇼이 카멘항은 명칭 그대로 별이 빛나는 항구로 변신하고 있다. 북극 항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사할린섬에는 수소 클러스터가 조성 중이다. 풍력과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15%를 사용해 클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2050년 탄소제로를 선포한 우리나라의 최적 파트너다.
극동의 내륙지역도 마찬가지다. 입주 업체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선도개발구역'이 23개로 늘어났다. 최근 현지 기업 '루스 아그로'가 대단위로 곡물을 재배 중이고, 10㏊ 규모의 온실 원예단지 '로터스 스마트 팜'은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 극동 주민들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5년 내 30㏊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의 연해주 농업 진출은 안전한 먹거리와 미래의 식량 안보를 보장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그동안 방치됐던 북·중·러 접경 하산지역도 관광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TI) 자문회의에서 하산 관광 클러스터를 '서울선언'에 포함시켜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1991년 출범한 두만강 개발계획에 소극적이었던 러시아가 이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곳은 생태의 보고이자 역사·문화 유적지다. 우리 선조들이 최초로 정착하고 일제 치하에서 항일투쟁을 한 성지다. 다만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타는 목마름으로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연해주는 표범 국립공원, 발해 염주성 그리고 두만강변 연꽃호수의 관광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18일 서울에서 '북방협력 30년,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라는 주제로 제3차 북방포럼을 연다. 이 포럼은 유라시아 14개국이 참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저상된 신북방정책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건설을 위한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