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내일신문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제1야당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20대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거의 마무리됐다.


각종 여론조사 추이 등을 볼 때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나라의 운명을 짊어질 두 후보의 대선 경쟁이 대장동 의혹, 고발사주 의혹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 공방과 진영 간 편 가르기 태풍에 묻힌 채 실질적인 정책경쟁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특히 남북문제와 한미관계, 한중관계 등 한반도평화가 걸린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원론적인 주장만 펼쳐질 뿐이어서 후보들의 철학이나 역량을 정확히 검증하기 힘들다. 경험상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후보의 도덕성 문제나 경제 등 민생문제 등이 앞섰던 게 사실이지만, 집권 후를 생각하면 외교·안보 역량은 더없이 중요한 덕목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외교현안일수록 지도자의 비전과 통찰력 중요


우선 두 후보가 한반도를 에워싼 지정학적 문제와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남북 지도자가 만나 협의한다고 풀리는 ‘일차 함수’가 아니다. 한반도 상황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를 현실에 반영하며 국익을 챙겨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사드(THAAD), 비핵화, 대북제재, 종전선언, 평화협정, 유엔사, 주한미군, 전작권 등 복잡하고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이 얽히고설킬수록 당사자인 우리가 중심을 잡는 것이 절실하고, 앞장 서 이끌어갈 지도자의 비전과 통찰력, 리더십이 더없이 중요하다.


두 후보 모두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식견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터라 다소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집권 후 유능한 참모를 발탁하면 될 것 같지만, 본인 철학이 빈곤하고 이해도가 떨어지면 참모 기용이나 일관성 유지가 쉽지 않다. ‘속성 과외’를 한다고 금세 실력이 부쩍 늘지도 않는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을 텐데도,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홍준표 경쟁 후보의 기습질문에 당황하다가 고작 “우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답변 외에 별다른 후속조치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윤석열 후보의 모습은 큰 실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미·중·일·러 등 열강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국익을 확보하려면 한 발만 삐끗해도 돌이키기 힘든 수렁에 빠지고 후유증이 따르는 게 외교·안보 분야다. 대통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열강의 지속적 압력이나 참모진의 안일한 대처방식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남북 사이에 어렵게 만든 대화·협력 기회를 지도자의 판단 잘못으로 한 번에 날려버린 실패 사례를 많이 봐 왔다. 금강산관광을 중단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남북이 윈-윈 한 경협사업으로 ‘평화의 안전판’으로 일컬어지던 개성공단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은 대표적인 외교참사로 꼽힌다. 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이 복원에 합의했음에도 주위의 견제로 녹록치 않은 현실을 바로 직시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계승하는 바탕에서 ‘실용주의’를 핵심으로 한 통일·외교·안보 공약을 내놓았다. 북핵문제 해결방안으로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시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개성공단 등에 대한 포괄적·상시적 제재 면제를 유엔에 설득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한미, 한중 관계와 관련 “어느 한쪽을 선택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며 “미·중이 우리와의 협력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유능한 외교”라고 균형외교, 실용외교에 중점을 두었다.


윤석열 후보는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비핵화를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결이 깊어지더라도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 미국과의 밀착에 우선순위를 두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동참 뜻도 내비쳤다. 중국의 반발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의문점으로 남는다.


  공약 내면화해 득실 파악하고 난관돌파 실력·의지 갖춰야


문제는 각 후보가 이러한 공약들을 내면화해 이에 따른 이해득실을 완전히 파악하고 불가피하게 조성될 난관을 돌파해 갈 의지와 실력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앞으로 개최될 후보 간 토론회 등을 통해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한반도평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진보·보수 어느 쪽 정권이 들어서든지 남북관계를 험악한 대결국면이 아닌 원만한 대화국면에서 물려줘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내일신문 2021. 11. 10)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11-11 17:00:1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