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마치 프랑스에서 '파리'와 '파리 외의 지역'으로 두 나라가 존재한다고 비판하듯이, 우리나라도 서울과 지방(서울 아닌 곳)으로 나뉘는 것 같다. 서울에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리고, 좋다는 것은 다 몰리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서울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는 클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넓이는 전 국토의 11.8%밖에 안되는데, 총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출산장려금 등 지자체끼리 인구 뺏어오기 경쟁을 하지만, 한반도 전체 인구는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절대인구도 줄고, 생산가능인구도 줄고, 인구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의 총량은 주는데 그나마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제로섬 게임 대신 지방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그 답의 하나는 이제 기대수명이 거의 90세까지 이른다는 점을 고려한 발상의 전환이다. 이제 우리 인생은 준비기 30년, 활동기 30년, 그리고 퇴직 후 노년기 30년으로 나뉠 수 있다. 지방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서 인생 준비기인 30년, 그리고 정년 이후 30년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수도권에 직장이 많으니 활동기에 있는 사람들을 일시에 지방으로 끌어내리는 정책은 그리 잘 작동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인 2주민등록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주중에 각각 다른 지역에 살다가 주말에 모이는 주말부부도 드물지 않다. 대학생들도 주중과 주말이 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많다. 전원주택을 가진 사람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예컨대 '도4 향3'(1주일 중 도시 4일·지방 3일 거주) 형태 등이 자연히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주민등록지가 하나이고 이를 기준으로 투표, 과세 등 행정적인 권리와 의무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주 활동 공간은 두 군데인데 말이다. 따라서 두 개의 주민등록지를 허용하고 과세, 투표권 행사 등을 거기에 맞게 부여한다면 지방을 활성화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주에 하루 이틀 머물더라도 거기서 주민들과 어울리고, 지역활동에 참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2시간권에 들어와 있다. 직업적, 개인적 이유로 인구의 이동도 많아졌다. 그런데 아직도 정주 개념으로 주민등록법이 하나의 거주지만 허용하고, 그에 따라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하도록 되어 있다. 이제 국민 생활 패턴이 정주가 아니다. 유목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주택 문제가 어려워도 수도권 외 군 단위에 주택을 하나 더 갖는 것을 세제상으로 불리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러한 유목 개념을 받아들이는 방안일 것이다.

나아가서 젊은이들이 지방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집이 서울인 지방 대학 학생들은 주중에 몸은 지방에 가 있지만 마음은 항상 서울에 와 있다. 이들에게 제2 주민등록지를 가능케 하고, 그 지방에서 인턴이나 봉사활동을 하도록 해 지방에 동화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 대학을 육성하는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재지역할당제도 여기에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학적이 지방대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제 그 지방에 애착을 갖고 정주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들이 그 지역과 밀접히 연계되어 학창 생활을 보내고, 이들이 지역 인재로 취업이 되는 것이 젊은이들을 지방에 살도록 하는 정책이다. (매일경제 2021. 11. 05)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11-05 17:13:0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