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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일보 편집인




<장면#1>


1992년, 필리핀 수빅만에 주둔하던 미군이 철수한다. 필리핀  국회가 미군철수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군이 철수하고 그 땅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면  부자나라가 될 거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막상 미군이 떠나자 어떤 글로벌 기업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안보위기가 상존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바보같은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설상가상, 미군이 떠나자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필리핀과 분쟁중인 황암도(黃岩島)를 점령해 버린다. 필리핀은 국제상설재판소에 제소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곧 정의인 것을 모르는가? 중국은 황암도를 비행장까지 갖춘 해양기지로 만들어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다.

<장면#2>

1975년 4월 30일, 미국이 20년 동안 32만 병력을 파병하며 지키려 했던 베트남, 이 베트남도 미군 철수와 함께 막을 내린다. 미군 헬기 81대가 10분마다 미 대사관을 오르내리며 피난민을 실어나르던 모습이 생생하다.

수천명의 보트피플은 망망대해를 헤매었다. 수만명의 남 베트남인들은 인민재판에서 처형되었다. 지금 베트남에는 30 ~40대 전후 세대들이 인구의 주류를 이룬다. 대다수 성인들이 전쟁에서 죽고, 인민재판에서 처형된 결과다.

<장면 #3>

제2의 사이공이라고 불리는 카불 공항, 45년전 사이공 대탈출의 복사판이다. 미국은 20년 동안 1000조원의 군사비를 투입했다. 아프칸에서 미군 사망자도 2,5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오직 외부 힘에만 의존하려는  아프칸 정부의 무사안일은 미국의 버림을 받았다.

30만 정부군이 불과 한 달만에 5만 탈레반에게 수도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전 세계를 떠돌게 될 아프칸 난민은 200만에 이를거라고 한다. 134명이 타는 비행기에 640명이 빽빽이 들어앉은 비행기, 그 날개라도 붙들고 탈출하려다 추락했다는 보도에 가슴이 찡하다.

<장면 #4>

자주국방의 환상에 빠져있는 일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미군철수 법안을 상정한다. 여당은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미국은 4개월 이내 철수를 발표한다. 다음날 주식시장은 대거 폭락한다. 외국인들이 무차별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일 전 종목 하한가 행렬이 이어진다. 전국적으로 반정부 데모가 일어난다. 이 시기를 틈타 북한은 소형 핵폭탄을 광화문 광장에 터뜨린다. 사상자가 수만명에 이른다. 외신은 인천공항에 모여든 탈출난민이 백만명에 이를거라 한다.

미국은 한국 난민들을 해외 미군기지에 나누어 수용한다고 발표한다. 8월29일, 國恥日 아침에 서울이 제2의 카불이 되는 망측한 상상을 해 본다. 부디 상상이 상상으로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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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30 12: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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