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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 / 한국 국가 위기관리 체제의 현주소와 군사주권
  • 기사등록 2021-08-10 16:15:14
  • 기사수정 2021-08-10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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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

前 숭실대 초빙교수

 

 



지난 1일 북한 김여정의 한미연합훈련 취소 압박은 명백히 군사주권 침해이고  9.19합의 위반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딴청을 부리고 대통령은 국방장관에게 공을 넘기고, 민주당 등 국회의원70여명은 훈련연기 연판장을 돌리는 가운데 훈련축소로 결판이 났다. 


북한은 그들의 의지와 요구대로 남한을 움직이려는 고도로 계산되고 절제된 전략(the strategy of calculated&controlled pressure)으로 그들이 주도권을 쥐고 남한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드는 전략이다. 국가위기관리의 성패는 내 의지가 상대방에 전달되고 움직이게 하는 억지력(deterrence)보유 여부에 달려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술적(呪術的) 평화타령과 민족우선주의에 매몰되어 현실을 도외시하는 문재인 정권을 쓸모 있는 바보로 잘 활용하는 한 수를 둔 셈이다. 이번 훈련취소 카드로 한미동맹 균열, 남남갈등 유발, 그리고 추후 도발 명분까지 쌓는 고수의 면목을 보인 것이다. 북한의 최후 통첩성(ultimatum) 압박사태의 국가위기 대응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비합리적 위기대응 행태의 차단이다. 북한이 대북제재, 풍수해, 코로나 3중고 속에 통신선 복원에 이은 훈련중단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대응은 뒷전이고 통신선 복원에 고무돼 정상회담 개최, 한미훈련 연기 운운 등 헛다리를 짚는다. 공무원 사살, 소각 등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책 요구가 우선이다. 임기 말 정상회담이 무슨 성과를 낼 것이며, 자칫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나 몰라라 하면 어쩔 것인가? 정부 불신과 민심이반만 초래할 뿐이다. 없는 업적 쌓기보다 합리적인 위기대응 전략 마련에 진력해야 한다. 

 

 둘째, 군통수권자의 직무회피·유기이다. 국가위기관리 의사결정의 책임은 군 지휘부가 아니다. 대통령이 대응방향과 지침을 군에 시달하면, 군은 행동으로 옮기는 게 올바른 문민통제다. 청와대에서 전군 지휘관회의까지 개최하고도 이번 사태해법을 국방장관에게 떠넘긴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시 케네디 대통령은 군부의 쿠바공습(안)을 거부하고, 봉쇄전략을 택해 핵전쟁을 막고, 미국의 안보와 리더십을 지킨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셋째, 합참의장의 역할기능 활성화이다. 국군조직법에 합참의장은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각 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고, 합동부대를 지휘·감독”하는 군령권(軍令權)을 가진 최고 작전 지휘관이다. 연합훈련의 목적과 실체를 꿰뚫고 있는 합참의장이 연기 주장에 반론조차 제기 못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빈번한 훈련축소·연기는 추후 훈련과 전투준비 태세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 국방장관에 고문(Adviser)하는 미국 합참의장의 역할과 다름을 알고 직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청와대 위기관리조직 기능의 취약성 극복이다. 청와대 조직은 매 정권마다 싹쓸이 교체에다 한시적 근무로 인해 전문성과 지속성 유지에 취약하다. 이번에 산불이 났을 때도 개최하던 NSC를 정작 안보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열지 않았다. 현 국가위기 관리 컨트롤 타워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과거 비상기획위원회를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NSC 사무처에 근속시켰던 사례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맹 균열과 남남갈등을 차단해야 한다. 동맹은 안보협력을 위한 안보분업제도다. 연애결혼이 아닌 편의에 따른 동거로 외부위협에 공동 대처하고, 체제 안정성 유지 그리고 자국 지위(Status)손상을 방지하는 유용한 기제(mechanism)이다. 잦은 갈등유발은 동맹을 균열시키는 요인이다. 현실을 이념에 맞추는 외교는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분열책동을 차단해야 한다. 


 국제질서 재편과 주변국 정세변화의 격랑 속에 국가생존과 번영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주술적(呪術的) 평화와 민족우선 주의를 내려놓고,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사회적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되살릴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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