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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니스트




남북은 7월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끊겼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통신선이 두절된 지 13개월 만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회복 문제로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조속한 관계 복원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코로나와 폭우 상황에 대해 조기 극복과 위로의 내용 등이 있었다”고 친서 내용을 설명했다.

북한도 이날 통신연락선 복원을 동시에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북 동시발표와 친서교환 사실 공개 등은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밝은 전망을 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됐다.

남북 정상 4월 이후 친서교환 … 북미대화 돌파구 기대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해 최근 극심한 식량난과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력갱생만으로 내부 어려움 해결에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끊긴 최악의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하는 등 두 정상의 관계개선 의지를 볼 때 남북대화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려면 북한 체제 속성상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걸림돌이 된다면 비대면 화상회의도 좋을 것이다.

북한이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명분도 있고 실속도 있는 북미대화’ 추진을 겨냥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며 촉진자 구실을 하는 ‘선순환 구도’에 기대감을 품었을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는 문구도 공동성명에 명시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을 직접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차가운 평가도 있다. 현실적 한계는 있지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비핵화 방법, 북한 체제보장, 대북제재 해제 및 완화 등 구체적 의제에서 북미 사이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평화구상은 추동력을 얻기 어렵다.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그리해야 차기 정부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관계복원·신뢰회복 다짐과 한미연합훈련 어울리지 않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신연락선 복원이 8월 한미연합훈련 축소 또는 취소 검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통신연락선 복원과 한미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모처럼 관계복원과 신뢰회복을 다짐하면서 북한이 그토록 반대하는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주한미군 내 코로나19 감염 상황도 심각하다고 한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를 비롯한 83개 종교·시민단체들이 8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훈련반대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동안 문 대통령 임기 안에 전작권 환수를 위해서는 ‘환수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연합훈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변심’으로 임기 내 전작권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어서 한반도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해치면서까지 강행할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가 반대하는데 미국이 연합훈련을 강행할 수는 없다.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은 마침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점에 대한 특별한 고려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정전협정체제를 극복하고 한반도평화를 이루려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날’에 남북 합의가 발표된 것은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다.


남·북·미(중국도 포함하는 게 바람직) 간에 근본적 해결책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반도 비핵화도, 북미 관계개선도, 항구적 평화도 기대할 수 있다. (내일신문 2021.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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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04 18: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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