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정호 /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정치를 생각한다.
  • 기사등록 2021-07-30 18:51:01
  • 기사수정 2021-07-30 18:51:55
기사수정
前 국방일보 편집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23일 폭염 속에 개막됐다. 1년을 연기하다 최후의 방편으로 선택한 사상최초의 무관중 경기지만 무더위, 코로나 속에서 갈 곳 없는 국민들에겐 좋은 볼거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두 사람이 걸어가도 그중 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라는데, 이런저런 경기를 보면서 한국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통상 올림픽에서는 2연패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전 세계 선수들이 금메달 딴 선수를 이기는 방법을 집중 연구하기 때문이다.

농구의 전설 미국 대표팀이 스페인에게 패하고,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이 노 골드인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한국축구가 약체 뉴질랜드에게 패배하고, 사격에서 진종오 선수의 부진도 과거의 영광에 취해 새로운 발전에 게을렀던 탓이 아닐까? 쌍둥이도 세대차가 난다는 이 시대에 어제의 기술은 어제로 시효가 만료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젊은 선수들의 약진은 올림픽 역사에 새로은 장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양궁의 17세 소년 김제덕, 수영의 18세 소년 황선우, 탁구의 17세 소녀 신유빈의 활약은 세계 매스콤의 단골 뉴스로 다뤄졌다. 이제 나이와 경력만으로 우대받는 시대는 끝났다. 지연, 학연, 혈연으로 버티는 시대도 지나갔다.

스포츠는 물론이고 정치,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계가 격찬하는 한국양궁, 한국양궁의 33년 세계제패는 무한경쟁 체제가 정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특이한 결과에는 특별한 원인이 있는 법. 지연, 학연, 경력, 나이 다 무시하고 오직 지금, 이시각의 실력만으로 대표를 뽑는 시스템, 1년 내내 전국에서 경쟁이 벌어지도록 관리되는 시스템에 지도자들의 공정과 정의의 철학이 오늘의 한국 양궁을 키워낸 것이다.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오늘의 한국정치를 생각한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이 극명한 진리를 우리나라 정치인들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이 시각에도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백제, 고구려, 신라논쟁으로 밤이 새고 지는 과거지향적 한국정치의 실태가 통탄스럽다.

매사 내편 네편 편을 가르고 지역감정을 부추겨 이득을 챙기려는 분열의 정치인,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과거로만 회귀하려는 퇴행성(退行性) 정치인, '내 나이가 어때서~' 라며 추태도 서슴치 않는 노욕(老慾)의 정치인 등.


이들 모두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 보고, 스스로 꼰대인 줄 알거든 빨리 자리를 물려주고 내려오시라! 창피 당하고 강제로 떠밀려 나오는 수모를 당하기 전에.

이 땅에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활개치고 있는데는 일정 부분 국민의 책임도 없지 않다. 오직 유권자들이 똑똑해져야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상배들을 솎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갓 스무살에, 그것도 올림픽 첫 출전에 3관왕이 된, 빛고을 광주가 낳은 양궁의 안산 선수, 그녀가 쏜 마지막 한 발 10점을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정치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 위기의 대한민국 과녁에 10점을 쏘아 줄 금메달감 지도자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7-30 18:51:0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