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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갖는다
  • 기사등록 2021-07-21 16:26:11
  • 기사수정 2021-07-21 16: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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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논설고문




美 대통령 바이든으로 바뀌자 유럽 세계가 큰 폭으로 변화
韓 차기 대통령 국가운명 결정 // 이념보다 `능력` 보고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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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혹은 최고지도자 한 사람이 바뀐다고 국가가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역사책을 뒤적거릴 필요 없이 우리는 미국, 중국의 톱리더(top leader)의 행동을 보면서 바로 답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지 100일 만에 핵심 4대 분야(반도체, 배터리, 광물, 바이오) 육성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받고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반도체, 바이오 등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44조원에 달하는 선물을 제공한 게 좋은 사례다. 그리고 영국 콘월로 날아가 G7 정상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법인세 최저세율(15%)과 디지털세(pillar1)를 유럽과 주고받았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면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제휴를 공고히 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반도체 등 기술 봉쇄 등으로 중국 공산당 100주년 굴기가 색이 바래게 만들었다. 

세계 최대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 한 명이 바뀌면서 6개월 만에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놀랍다. 트럼프정부에 몸담았던 앤드루 김에게 워싱턴 정가의 바이든 정부에 대한 여론 평가를 물어보니 "전문가 중심의 안정적인 팀워크로 빈틈없이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찬탄하며 바라 본다. 다만 중국 전략만큼은 트럼프 때와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1일 공산당 100주년에서 자신의 통치 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당 중심으로 미국 서방과 정면 충돌을 불사하며 미국과 세계 전략에서 패권을 겨루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8년께 국내총생산(GDP) 규모 면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지난 3월호에서 미·중 두 나라가 필경 2027년에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야 말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쟁 이유는 반도체에 묶인 중국이 대만의 TSMC를 뺏기 위해 선전포고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태를 염두에 두고 미국인들은 바이든을, 중국인민은 시진핑으로 지도자를 각각 선택했다.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경제 성적에도 불구하고 고립주의를 불안해한 나머지 바이든의 동맹 복구를 시대정신으로 봤다. 시진핑의 전랑외교식 굴기가 옳았는지 중국인들은 훗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프랑스 정치학자 J 메스트르(Maistre)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을 상기하게 된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정부 장관 임명에서 야당의 반대를 31번이나 무시한 채 임명한 만큼 메스트르의 명언에서 '정부'를 '대통령'으로 바꾸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국가산업 운명이 달린 탈원전도 대통령 혼자 고집으로 해치워 10년 만에 대정전 사태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바이든이 미국을 어떻게 경영하는지 목도하면서 대선 시즌을 맞은 한국 국민들은 이제 선진국의 의미를 되새길 때가 됐다고 본다. 마침 운크타드(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고 하자 "한국은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국무회의에서 자랑했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 세계 10위권 선진국에 걸맞은 대통령을 가질 때도 됐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노동법, 중대재해법, 주 52시간 근로제 등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로 운전해 왔다. 국민연금, 재정준칙, 핵폐기물 저장소 지정 같은 골치 아픈 개혁들은 내팽개쳐 놨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성적은 링컨, 워싱턴, 루스벨트 순으로 1~3위로 발표됐다. 앞의 두 사람은 국론 통합으로 문제 해결을, 루스벨트는 위기를 수습한 아이콘이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위 3명의 자질이 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흙수저, 스토리텔링 같은 촌스러운 얘기는 접어두자. 세계 10위권 선진국 대통령의 자질은 전문가를 중시하며 함께 일하는 '유능함'이다. (매일경제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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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21 16: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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