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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니스트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수립과 대화제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교착국면이 해소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었으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곧이어 부정적 담화를 내놓으면서 전망이 흐려졌다.

북미가 서로를 향해 “먼저 움직여라” 요구하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좀체 대화의 모멘텀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역할에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북미의 힘겨루기에 실제 정부가 미칠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북한의 ‘적대시정책 철회’ 주장과 미국의 대북제재 틀 유지 전략 사이에서 양쪽에 대화재개 명분을 제공할 ‘틈새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중재의 관건이다.


남북 정상이 합의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힘을 실어 추진함으로써 신뢰를 되살리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와 직접적 연관 없으나 미국 반대로 지지부진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과 남북 판문점선언 계승과 함께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판문점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실천적 대책을 취하기로 명시했으나 한미워킹그룹을 통한 미국의 제동으로 지지부진 진척되지 못했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한국이 금강산관광 등에 대한 대북제재 예외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讀賣新聞)이 22일 보도했다. 한국 요구가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것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후속 조치가 없는 것으로 봐 그동안 탐탁찮게 여겨온 미국의 완강한 태도에 눌려 스쳐 언급한 수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자칫 대북제재 틀 약화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데다 미국이 이 문제를 북미 협상과정에서의 주고받기 대상으로 제쳐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금강산·개성공단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판문점선언 평양정상선언 등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굳게 약속한 것이기도 하지만,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협력을 실천하겠다는 증좌다. 문 대통령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정부가 미국의 반대를 뚫고서 이를 관철할 강력한 의지와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방한한 성김 대북 특별대표를 만났을 때 금강산관광을 추진하는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립 서비스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을 듣는데 그쳤다. 미국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해 보인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금강산 관광중단은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이명박 정부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고, 개성공단 역시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독단적으로 전면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공단 근로자 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주장을 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한번 폐쇄해 놓으니 재개로 가는 길목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고 방해가 끼어든다. 허물기는 쉽지만 복원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 임기 말 문재인 정부 상황관리 급급해 돌파의지에 의구심

지내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 탓에 실천하지 못한 면이 크다. 한 때 최고로 치솟았던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에서 바이든 정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미국 태도가 확연히 달라질 리는 없다.

더구나 임기 말이 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일을 저지르기보다 상황관리에 급급해 할 개연성이 커졌다. ‘하노이 노딜’ 전 그처럼 좋은 여건에서도 강행하지 못한 정부가 과연 미국 반대를 뚫고 북한의 물밑 협조를 얻어 이를 관철할 용기를 낼 수 있겠느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차라리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냉정한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기대를 접기는 이르다. 한반도평화를 위해 꼭 추진해야 할 일이라면 미국의 사전승낙이나 협조를 기다릴 게 아니라 때로 일을 만들어 놓고 기정사실화 해 가는 방법도 있다. 차기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도자의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의지, 다부진 결단이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북미 간 신경전이 오래가지 않도록 정부가 돌파구가 될 갖가지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내일신문 2021.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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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13 12: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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