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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

융합 자율학부 교수




사기 행각을 벌인 자칭 수산업자가 검사,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건을 보는 맘이 착잡하다. 사기범을 잡아들여야 할 검사나 경찰, 사기 행각을 보도하며 사회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언론인 등이 금품 수수의 당사자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본분을 배신한 이런 행태가 이 사람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언론계에 만연한 일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언론인들은 이런 의심을 받으면 억울할까? 이런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행태를 보면 억울해 할 것이 없다.


이번에 혐의를 받고 있는 언론인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TV조선의 엄성섭 앵커다. 당연히 조선일보는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필요하면 사과도 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신뢰받는 언론의 행동이다. 서구의 유력 언론들이 자사와 관련된 문제에 보이는 일반적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조선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이번만이 아니다. 뉴스타파가 박수환 뉴스컴 대표의 문자를 분석하여 보도한 언론인 로비 사건에 따르면 조선일보 관련자가 8인이었다. 조선일보는 2016년 10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 의혹이 터지자 ‘금품 수수 금지’ ‘부당 청탁 금지’ 조항을 포함한 윤리규정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관련 사건이 2013~2015년 일어난 일이고, 자체 윤리규정은 2017년 정비된 것이라는 이유로 관련자들에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사 윤리 규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조선일보에서는 그런 금품수수행위가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행태는 조선일보만의 모습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 보도에서 조선일보 외에도 다수의 유력 언론에 속한 중견 언론인들의 사례가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중앙일간지에서 박수환 문자, 관련자 징계 등의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자가 소속된 언론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력 언론들조차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박수환 문자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있었던 장충기 문자 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의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이 벌인 전방위 로비 내용이 들어 있는 문자에도 언론인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보도한 언론을 찾기 힘들다.


언론계는 언론인들의 비위 사실을 보도하는 데 인색하다. 언론이 언론인들의 비위를 적극 보도하는 행위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일이다. 또한 언론의 솔직한 보도는 언론의 신뢰를 재구축하는 초석이다. 그런데 왜 인색할까! 그러니 이런 행태가 언론계에 만연해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언론은 언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변신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언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신문윤리강령, 신문윤리실천요강 등이 존재하지만 이 규범들의 내용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언론인이 많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기자협회와 인터넷신문협회는 2021년 1월19일 언론윤리헌장을 새롭게 제정하고, 6월16일에는 학계·시민단체를 아우르는 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까지 결성했다. 하지만 유력 언론에서조차 이를 다룬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디어 환경이 변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제목과 기사 내용이 클릭 수를 늘리고 이윤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언론의 윤리를 강조하는 게 언론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수용자는 옥석을 가릴 것이다. 그게 수용자의 이익과 직결하기 때문이다. 


그때 살아남는 언론은 지금부터 언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언론의 자세를 실천하는 언론일 것이다. 일정 기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결국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고 찾는 것은 양화이지 않을까? (경향신문 2021.07.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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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05 16: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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