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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칼럼니스트





모처럼 따뜻한 훈풍이 밀려올듯하던 한반도 정세에 다시 난기류가 형성되며 예측이 어려워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7일 ‘대화·대결 모두 준비’ 발언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2일 ‘꿈보다 해몽’ ‘잘못된 기대’라고 찬물을 끼얹는 담화를 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의 엇갈린 메시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과연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대면정상회담 이후 외교가에서는 한반도평화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론과 기대감이 부풀어갔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계승은 물론 남북 판문점선언까지 이어받겠다는 외교적·실용적 해법 추구가 공동성명을 통해 확인된 까닭이다.

## 김여정 부부장 북미대화 재개 관측에 찬물 끼얹는 담화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17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했다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노동신문 보도는 전반적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그가 ‘안정적 정세관리’를 강조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일절 하지 않은 점에 미뤄 향후 북미관계가 대결보다는 대화 쪽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은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문법상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두루 병행해 언급했지만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2년 여 교착국면 끝에 나온 ‘대화’란 단어이기에 그만큼 무게가 실렸다. 이를 긍정적 신호로 여기는 것을 굳이 ‘희망적 해석’으로 깎아내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당장 대화에 나서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먼저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새로 임명된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 일행이 방한해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인영 통일·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나 전향적 정책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었다.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아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다른 협의 틀을 만들기로 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방점이 찍힌 행보도 돋보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에서도 김정은의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을 대화 신호로 해석하고 이런 기류가 기정사실화 되는 것을 일단 막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종 결심을 굳히기까지는 대화·대결 양 선택지를 모두 틀어쥐고서 끌려가듯이 호락호락 응하지는 않겠다는 의중이 아닐까 싶다.

## 남북대화 진전 제동 걸던 ‘한미워킹그룹’ 해체 합의 바람직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상대하겠다고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과 애써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하노이 노딜’ 때 트럼프 대통령한테 워낙 호되게 뒤통수를 맞아 체면을 구긴 악몽 탓에 여간해선 쉬 움직이려하지 않는 것 같다. 진정성이 담긴 대화를 시작하려면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을 비롯한 믿을만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8월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여부 등을 적대시정책 철회의 잣대로 삼아 지켜보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졌다. 북한과 미국의 팽팽한 기 싸움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겉돌다가 모처럼의 해빙기류를 해치지 않도록 대화 동력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북미가 대화 자리에 마주앉지는 않았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밀고 당기는 치열한 ‘수 싸움’에 들어갔다는 기대감을 버리고 싶지 않다. 김정은 정권과 막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이 첫 단추가 잘 꿰어져야 희망이 현실로 바뀐다. (내일신문 2021.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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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24 17: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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