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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상임대표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미,러 정상회담은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전 문제도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감지됐다. ‘지각대장’으로 악명 높은 푸틴이 예정보다 15분 빨리 도착해 정상회담도 7분 일찍 시작됐다. 단독회담도 양국 외교수장이 배석했고, 공동기자회견은 없었다. 


러시아 외교관계자에 의하면, 바이든 정부는 2018년 헬싱키 미러 회담 때 트럼프의 외교 실패를 의식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때 ‘푸틴 설득을 회담 전 장담했던 이유’를 묻는 CNN 기자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흥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의 대미정책을 천명했다. 앞으로 북미간 외교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의제별 미러 정상간 설전을 복귀해 본다.


첫째, 인권과 주권 문제다

바이든은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인권탄압을 질타했다. 푸틴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은 2018년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하고 나발니의 반정부 활동을 배후에서 지원했다’고 반격했다. 또한 그는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따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미 대선 이후 의사당 점거 사건 때의 폭동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더 나아가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가 국제법과 미국 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바이든의 살인자 발언에 대해서도 역공을 가했다. 2019년 8월 아프가니스탄의 결혼식장 폭탄테러로 180여명이 희생되고, 2014년 8월 이라크 민간거주 지역이 무인기와 폭격기로 14차례나 공습당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누가 살인자냐’고 몰아부쳤다.


둘째, 핵미사일과 군사 문제다

바이든과 푸틴은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2026년에 종료되는 미러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대체를 위한 핵 협상 착수에도 합의했다. 그렇지만 푸틴은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ABM) 조약 및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먼저 파기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군 훈련을 지적하자, 푸틴은 미국 국경 인근이 아닌 러시아 땅에서의 군사훈련은 합법적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민스크협정 위반을 비난했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북극지역 군사력 증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북극협의회 의장국으로서 해양법과 북극협약을 위반한 적이 없으며, 자국 영해 내 외국함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주권수호의 일환이라고 역공했다.


셋째, 경제제재와 사이버테러 문제다

푸틴은 지난 6월초 개최된 제24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 포럼에 미국 대표단이 역대 최대 규모인 200명이나 참석했다면서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손해를 보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테러에 대해서도 푸틴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러시아는 최근 2년간 미국으로부터 사이버 테러 정보 12건을 요청받고 성실하게 회답했으나, 미국은 80건의 러시아 요청자료에 대해 단 1건의 답변도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든은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두 개의 강국’(Two great powers)으로 지칭했다. 물론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러시아가 다시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슈퍼파워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대미 정책 기조가 성김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공개됐다. 바로 ‘대화와 대결’이다. 미러 정상간 설전 못지않게 북미간 치열한 외교전을 예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권·핵개발·경제제재 등 북미간 논쟁점이 미러간 현안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마바의 ‘전략적 인내’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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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23 16: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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