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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교수



  

 자신의 기존 인식에 부합하는 사실만 받아들이는 경향을 의미하는 확증 편향, 필터 버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이런 경향과 더불어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탈진실(Post-Truth) 사회라는 말이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확증 편향, 필터 버블, 탈진실 모두 우리 사회가 현재 시점에 경험하는 병리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기술 변화의 결과로서 이제는 이런 현상을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병리 현상이 지속되는 사회가 안전할지 의문이다. 극단적 대립이 심화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아니 알려고 하지 않은 채 타인을 향한 무한 공격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말해 무엇 하겠는가. 


특히 자기 방어 능력이 약한 다양한 취약 집단의 삶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 중 누가 자신은 절대 취약 집단에 속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의 극복은 아직도 진실에 이를 수 있고, 최소한 ‘진실 추구’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믿음이다. 여기에 언론의 존재 이유가 있다. 


직업으로서 조직적 노력을 통해 진실을 파악하고 알려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언론에 있음을 부정할 언론인이 있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탈진실 사회라는 말은 언론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뼈아픈 지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이 이런 병리적 현상을 취재거리로 삼을 뿐이지 자신을 향한 뼈아픈 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들어 뜨거운 쟁점인 한강변 대학생 실종 사망사건 관련 기사를 생각해보자. 사람 목숨에 값이 있다면 한강변 대학생보다 평택항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의 목숨값이 작을까? 


아니 원인도 알고, 해법도 아는데 또 다른 강력한 자본의 이해관계에 밀려 반복되는 죽음이 방치되는 현실, 안타까운 희생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듯이 관련 기사 수에서 두 사건은 비할 수 없는 차이를 보였다. 왜 그럴까? 부러울 것 없는 대학생의 실종 사망, 경찰 초동 수사의 부실, 그리고 유력 인사가 뒤에 있다는 의혹 등등. 초기에는 언론이 흥미를 가질 만한 가치(?) 있는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이 쏟아낸 기사가 ‘기사’일지는 의문이다. 단편적인 사실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난무하는 근거 없는 추측이나 주장을 기사로 작성한 언론, 어느 누구의 일방 주장을 검증도 없이 기사로 옮겨놓은 언론, 과학적으로 내린 결론을 근거 없이 조작이라 주장하는 내용을 기사화시킨 언론. 결국 핵심은 취재 없는 기사의 문제이다. 취재가 빠진 기사를 기사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언론인들은 무리라 생각하는가?


물론 이런 기사들의 위험성을 지적한 언론도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기사들이 남발되는가. 요즘 교통사고만 나면 달려오는 레커차처럼 사이버레커로 불리는 악의적인 유튜버들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이에 호응하는 누리꾼들의 무분별한 댓글 놀음, 그리고 다시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기사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언론의 상호의존적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튜버들의 악의적인 의혹 제기가 사회가 당연히 가져야 할 합리적 의심의 자리조차 위협하고 있다는 어느 한 댓글의 지적은 우리 사회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탈진실의 사회가 극복해야 할 사회적 과제이고, 그 극복 투쟁의 선두에 언론이 존재해야 함은 물론이다. 탈진실이 언론의 존재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클릭 수라는 단기적 수익을 좇을지, 시민의 신뢰라는 장기적 자산을 축적할지는 언론에 달렸다. 아니 언론계 공동의 노력이 되어야 한다. 


언론계는 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언론이 있다면 개별 언론사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하고 언론계 전체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경향신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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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8 17: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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