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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일보 편집인




2대 8을 아시나요?  쌀 2에 보리 8의 비율로 섞은 보리밥, 1960년대에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먹었던 보리밥입니다. 그마저도 춘궁기 때면 구경하기 어려웠지요.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긴 배경입니다.

그때는 제가 아주 어렸을 적이었습니다. 하루는 우연히 어머니가 밥그릇에 밥 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보리쌀 위에 하얀 쌀이 한 줌 올라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흰 쌀을 움큼 떠서 제 밥그릇에 채우셨습니다. 제 밥은 금방 8대 2의 쌀밥으로 변하더군요.

그리고는 쌀과 보리를 휘저어 다른 식구들의 밥그릇을 채우셨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찡합니다.

얼마 전 큰 딸이 갓난 아이용 분유를 보내왔습니다. 영양이 풍부해 부모님 건강에 좋을 것 같아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을 했더니 딸이 말하기를, "세일(sale) 중에 산거라 그리 비싸지 않아요" 라고 하더군요.

갓난아이 분유는 통상 유통기한이 2년 정도인데 조금만 지나도 엄마들이 외면한답니다. 가장 신선한 것을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게 세계 모든 나라 엄마들의 똑같은 모정 아닐까요. 그래서 유통기한이 1년이상 남았는데도 세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웬만한 바나나 한 송이도 무거워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통째로 번쩍 들어 올리니까요. 


이런 모습이 담긴 광고를 보고 턱 빠지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 "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어머니" 라는 말은 이래서 생겨났나 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가정은 무엇인가요? 영어로 가정을 뜻하는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모은 것이라 합니다.

전역 후 10년만에 병사들 정신교육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가 마침 5월이어서 가정의 의미를 두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지요. Family의 뜻이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고 하니
병사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한 가정의 시작은 한 쌍의 부부로부터 시작되지요. 그 다음에 자녀가 생겨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고요. 어릴 적에야 부모님이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이 자녀 생일을  챙기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내가 태어난 날이니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게 도리일듯 합니다. 그래서 당시 병사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자기 생일이 되면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리기로...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십계명(十誡命) 중 6개는 인간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그 중 첫번째가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것이지요. 자식 밥 그릇에 흰 쌀 한 톨 더 얹으려고 애쓰시는 부모님,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더 남은 분유를 먹이려고 두 눈 크게 뜨시는 부모님, 그런데 이제 철이 들어 효도하려 하니 부모님이 안 계시네요.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글로 설워 하나이다
.
                                                <조선시대 박인로(1561~1642)의 조홍시가(早紅枾歌)에서>


또 다시 찾아온 가정의 달, 부모가 되어 보고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그렇듯이...하늘나라로 가신 부모님이 가슴 시리게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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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30 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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