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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일보 편집인





'대타(代打)'란 야구용어로, 중요한 시기에 예정된 타선을 무시하고 다른 선수가 타자로 나서는 것을 말한다. 야구와 달리 일상에서의 대타란 주인공에게 갑자기 사고가 생겼을 때 긴급처방으로 기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야구에서 대타가 통상 예정된 선수보다 잘 치는 선수라고 한다면 일상에서의 대타는 주인공보다 못하는 사람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점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원래 타자보다 못한 대타가 홈런을 칠 경우 관중들은 격렬하게 환호하게 된다.

사례 #1
현역시절 모 교육기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인접 부서인 교무처의 처장이 갑자기 해외연수를 가게 되었다. 교육기관이기에 교무처장이 핵심 보직인데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교무과장이 대리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교무과장은 처장을 훨씬 능가하는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결국, 당장 처장을 시켜줘도 무리가 없겠다는 상급자들의 호평이 잇달았다. 그 해 말, 대리 처장은 좁디좁은 관문을 뚫고 진급에 성공한다. 그리고 정식 처장에 보임되었다.

사례 #2
세계적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 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주인공 "투이" 역을 맡아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는 원래 소위 "커버 배우" 였다. 주인공에게 사고가 생기면 임시 변통으로 투입되는 대타 배우였던 것이다. 따라서 커배 배우가 무대에 서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주연 배우가 후두염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홍광호가 주인공 "투이"역으로 긴급 투입된다. 관중들의 열광, 제작진들의 찬사가 이어졌고, 홍광호는 커버 배우에서 일약 세계적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서게된다.

사례 #3
밀턴의 실낙원(失樂園), 12편으로 된 대 장편 서사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런데 세상에 알려진 실낙원은 최초 원고가 아니라고 한다.

밀톤은 사실상 초고를 완성한 상태에서 마지막 문장을 다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장난을 치다가 원고를 난로 위에 떨어뜨려 버렸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밀턴은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만 했다.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그러나 밀턴은 아무 말 없이 고양이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고 한다. 최초 원고가 다시 쓰여진 원고만 했을까? 보지 못한 우리가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초 원고가 출간되었더라면 실낙원은 이름 모른 실낙원으로 버려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례 #4
지난 3월 4일 늦은 밤에 일어난 사건. 누적수 600만이 넘는 문자투표로 국민들이 열광적 반응을 보였던 미스트롯 2, 여기서 제주도의 양지은이 진(眞)의 왕관을 차지한다. 양지은은 이미 14명이 진출하는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가수였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일어난다. 준결승에 진출한 진달래가 학교폭력 사태로 중도 하차를 하게 된 것이다. 양지은은 글자그대로 빈자리만 메꾸어 달라는 의미의 대타로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준결승 3위에 이어 결승에서 1위로 眞의 왕관을 차지하는 대박을 터뜨린다.

그 누가 말했던가. "세상은 반전(反轉)에 반전이 있기에 살아 볼 가치가 있는 거라고...광복이후 76년 동안 온갖 파도를 헤쳐 온 대한민국호가 좌초위기에서 방황하고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백마 탄 왕자는 어디에 있는가? 의외의 사건으로, 의외의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 대한민국을 구하는 대타가 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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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09 17: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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