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소장



   3월에는 입학식과 개강이 있고 교육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된다. 오래전 일이다. 강의 모니터링을 위해 강의를 촬영하고 교육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가소롭기 짝이 없지만 당시에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자신이 붙었고 나름 자부심마저 생길 때였다.

 교육전문가와 나란히 앉아 강의 동영상을 보기 시작한 지 불과 몇 분,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상담 결과와 동영상이 아직 연구실 어딘가에 있겠지만 충격과 부끄러움만으로도 이미 큰 깨우침이었다.

가르치는 직업 가운데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받지 않은 직업은 대학 교수가 유일하다는 말이 있다. 모든 대학교를 일반화할 수 없고 단과대학별로도 차이가 있겠지만 공과대학의 경우는 대학원 수학 중 강의조교 경험이 없다면 교육 훈련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 채용 시 주요 근거는 연구성과물이다. 공과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훌륭한 연구성과물은 연구자로서의 지식과 실력에 관한 확실한 지표 중 하나다. 모르면서 가르칠 수야 없지만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대학은 교수 채용 후 교수법과 교육 훈련으로 교수자의 교육 능력을 강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학교육에서 융합이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융합이란 둘 이상을 단순히 결합하는 게 아니고 둘 이상을 같이 녹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 연구자들 간의 협업을 위해서는 이해와 소통이 필수다. 사용하는 용어와 정의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기준과 수준도 다를 수 있다. 

학부 과정 동안 공학 전반을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향후 융합과 협업의 기회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종합대학은 공학을 넘어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까지 이해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다. 틀을 어떻게 만드냐가 관건이다.

공과대학의 학과들은 일시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사회 변화와 산업 발전에 따라 분화되어왔다. 19세기 영국 과학자 휴얼이 과학(Science)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자연을 탐구하는 모든 학문은 철학의 일부, 즉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이라 불렸고, 법학·신학·의학 등 일찍 분화된 학문을 제외하고는 박사를 아직도 `Doctor of Philosophy`라 부른다. 

공학은 군사공학(Military Engineering)과 민간공학(Civil Engineering)으로 나뉜 뒤 민간 영역에서 분화를 거듭했다. 공과대학 내 학과들 간에 중첩되는 영역이 있고 동일한 방법론과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공학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훈련과 더불어 실천 능력 배양이 범학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학은 계속 분화하고 발산하지만 공학교육은 수렴할 필요도 있다. 대학에 입학할 때 전산학과의 고유 영역으로 이해했던 프로그래밍이 모든 공학도의 필수도구로 바뀌는 데 채 4년이 걸리지 않았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매일경제 2021. 03. 04)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3-04 17:36:53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