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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지휘관의 필수요건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잘 판단하는 능력
  • 기사등록 2021-02-09 14:46:12
  • 기사수정 2021-02-09 14: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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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일보 편집인





  통상 "머리가 좋다" 는 말을 한다. "IQ가 높다". 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반(半)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IQ를 몇가지로 세분화한다. 그리고 단계화한다. 다시 말하면 하급 IQ가 있고 고급 IQ가 있다는 말이다.

1단계 IQ는 기억력이다. 우리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 "머리가 좋다" 고 평한다. 그러나 이사람은 엄밀히 말해서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단지 기억력 분야에서 우수할 뿐이다.

2단계 IQ는 수리력(數理力)이다. 계산에 능통한 사람도 수리력 분야에서 우수할 뿐 머리가 좋다고 평가 받기에는 미흡하다.

3단계 IQ는 추리력이다. 탐정소설을 보면서 기가 막히게 범인을 색출해 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어느 정도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있다.

4단계 IQ는 응용력이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10개를 터득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상당히 고도의 IQ를 가진 사람이다.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5단계 IQ는 판단력이다. 판단력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결단하는 것이다.

이 때는 가능한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한 요소까지도 고려해서 최상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명실공히 최고급 IQ다.

전쟁상황은 모든것이 불확실하다. 그래서 군의 지휘관은 무엇보다도 고도의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역사적으로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번째는 고려말 이성계(李成桂) 장군이다. 그가 거란의 성(城)을 치러 갔을 때 퉁지란이라는 장수가 성을 지키고 있었다.

퉁지란은 이성계가 명궁(名弓)이라는 소문을 듣고 이성계를 희롱한다. 이성계는 "내가 너의 투구를 맞추겠다" 고 경고하고, 성 위의 퉁지란을 향해 활을 쏜다.

통지란은 화살이 날라오자 바짝 주저 앉는다. 그런데 화살은 여지없이 투구에 맞는다. 주저앉을 걸 예상하고 활을 쏜 것이다. "다음에는 네 무릎을 맞추겠다" 화살이 날라오자 퉁지란은 펄쩍 뛰어 오른다. 그러나 화살은 여지없이 무릎을 관통한다.

이성계가 "다음에는 너의 심장을 쏘겠다"고 하자 퉁지란은 "아이고 살려주십쇼" 하고 이성계를 형님으로 보시겠다며 의형제를 맺는다. 그가 '이지란'으로 성을 바꾼 건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뒤부터다.

두번째는 맥아더 장군이다. 당시 인천상륙 작전은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로 분석되었다. 그래서 미 행정부는 물론 예하 참모들 모두가 반대했다. 맥아더는 말한다. "그러니까 성공한다는거요. 김일성이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게 아니오?"

장사리 가짜 상륙에 속은 김일성은 지하에서도 무릎을 치며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세번째 사례는 '6일 전쟁'(1967. 6. 5) 당시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인 모세 다얀 장군이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공중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선에 촘촘한 레이더 망을 깔아놓고 안심하고 있었다.

이에 이스라엘 공군은 바다 위 50m를 저공 비행하여 레이더 망을 무력화 시킨다. 눈 깜짝할 순간 바다에 쳐박히게 되는 무모한 승부수, 판단은 다얀 장군의 몫이었다. 결국 이스라엘군은 적이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작전에 성공한다.

아랍연맹의 450 대 전투기중 391대가 하늘에 떠 보지도 못하고 파괴된다. 전쟁은 6일만에 이스라엘의 완전승리로 끝이 난다.

현대전은 과거에 비해 더욱 세심한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휘관 양성기관인 사관학교도 이러한 전쟁상황에 부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1마리의 양이 지휘하는 100 마리의 사자보다 1마리의 사자가 지휘하는 100마리의 양이 더 강하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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