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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국방일보 편집인






치학 박사과정 첫 수업시간. 나라를 구할 거대담론을 기대하면서 수업에 들어갔다.
교수님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이 대우받는 자격 4up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다소 쌩뚱맞지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들었던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첫째, 클린 업(clean up)이다.

몸을 깨끗이 하라! 나이 들면 생리적으로 몸의 신진대사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몸에서 냄새가 난다. 소위 노인냄새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그 냄새를 잘 모른다. 이것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한다. 방법은 자주 씻는것이고, 그만큼 옷도 자주 갈아 입어야 한다.

둘째는 드레스 업(dress up)이다.

옷을 젊게 입어라! 이 나이에 무슨 패션이냐고 생각하면 이미 노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최신패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수 십 년 전의 양복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외출을 한다. 사람들은 시선(視線)으로 말한다. " 아이고 저 노인네."
옛날에도 의복이 날개라 하지 않았는가? 비싼 옷을 입으라는게 아니다. 최신 패션에 조금만 신경 써도 '센스있는 어르신'이란 평을 듣게 될 것이다.

셋째는 패이 업(Pay up).

지갑을 열어라! 얼마전 존경하는 선배님을 초청했다. 식사도 대접하고 좋은 말씀도 듣고 싶어서였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선배님은 밥값을 미리 지불하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많은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Pay up의 현장을 목도하며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후배들에게 얻어 먹지 마라. 얻어 먹어도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 세 번 얻어 먹기만 하면 어느날 당신은 보고싶은 선배들 명단에서 지워져 있을 것이다.

넷째는 셧 업(Shut up)이다.

내 입은 될수록 닫아 두고 타인의 말을 많이 들어주라는 것이다. 어떤 모임에 가 보면 원맨 쇼를 하는 사람이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대화를 독점한다. 그것도 대부분이 자기자랑이면...

참석자들은 여기저기서 수근거린다. "저 선배님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다"
이런 경우 대개의 주인공은 그 모임의 상석에 앉은 어르신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어른의 경험담이 젊은이들에게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 문제다. 더구나 21세기의 세상은 초속 21km 속도로 변하고 있지 않는가?

눈알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르신이 젊은이들에게 교육할 실력은 있는건지? 그래서 "라떼는 말이야" 를 입에 달고 사는 상사(上司)는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멀리하고 싶은 상사라 하지 않는가!

이제 박사과정을 마치고도 수 년이 지났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지식,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고, 또 매일매일 내 인생에 적용하고 있는 지식은 바로 "어르신의 자격, 4 up" 이다.

우리는 만 65세가 되는 생일 날 각 지자체에서 무료 지하철 탑승카드를 발급해 준다. 외국에는 없는 제도라고 한다. 신축년(辛丑年) 새해부터는 이 카드의 뒷 면에 앞서 말한 '어르신의 자격 4가지 up'을 새겨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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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1-06 12: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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