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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서울대언론정보학과 교수



새는 "나 때는 말이야~" (Latte is a horse)라는 얘기를 잘 하게 된다. 오늘이 12.12 사태가 벌어진 날이다. 당시 신입 새끼 PD로 옛날 TBC 서소문 10층 짜리 본사로 매일 출근하고 있었다. TBC는 중앙일보와 함께 삼성그룹 방계사 답게 언론사 중 처음으로 찰카닥하고 자기 카드를 찍어야 출근 기록이 생성되는 첨단 기계를 도입해 직원들 출퇴근 관리를 하고 있었다.

게으른 성격 때문에  매일 아침 거의 9시 5분 직전에야 뛰어서 들어 갔다. 5분까진 봐 주니까. 그런데 이날 아침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겠구나' 하면서 후다닥 회사 빌딩 모서리를 도니 오마나 세상에! 

수경사(首警司) 마크가 팍 찍힌 장갑차 두 대에 사수(射手)가 정위치로 기관총을 부여잡고 정문 앞에 떡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당시 언론사에 있어 이미 여기저기서 주어 들은 풍월로 뭔가 쿠데타 비슷한 게 곧 닥칠 것 같다는 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날부터 이게 방송사인지 철책선 GP인지 모를 이상한 완전무장 군인과의 동거가 시작되엇다. 수류탄 두 발을 어깨 밑에 걸고 철모에 착검한 소총 든 병사들이 방송사 구석 구석에 배치되어 감시했다. 특히 라이브 방송할 때는 장교가 권총 차고 눈을 부릅뜨고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 스튜디오는 방음(防音)을 위해 외부로부터 완전 차단해야 해 일단 안에서 문을 잠그면 두꺼운 문을 폭파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그걸 아는지 꼭 생방송 때는 수류탄 찬 병사 하나가 스튜디오 문을 열어 놓으라 하고는 문 앞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런 병신들! 라이브로  "전두환 죽일 놈! 민중이여 일어나라..."  정도 되면 이미 남산 주 송신소에서 재빨리 끊고 베토벤 교향악 6번 '전원'을 트는데...


수류탄 차고 착검한 완전무장 군인을 보면서 "여러분 웃으세요" 하면 오락 프로그램 분위기가 살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때 기억으로 PD 고참 선배와 중앙매스컴 담당 계엄군 책임자(소령급?)과 협상해 부조와 스튜디오 사이 문은 잠그지 않고 살짝 열어 놓되 착검한 졸병은 출연자 시야에서 안 보인 곳에 숨도록 했다.

당직 때 밤 늦은 시간에는 전부 녹음, 녹화가 나가니 이미 검열된거라 지키는 병사들도 긴장이 좀 풀어져 총 내려 놓고 담배 피며 부조 안에서 (당시만 해도 부조 안에서 흡연가능) 이런저런 얘기하니 내가 군대 제대할 때 막 전입한 신병이 병장 말년 고참이라. 하여간 이런 이상한 동거를 달 포 이상 한 거 같은데, 나머지는 다음 회에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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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13 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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