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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 / 부동산정책 실패 인정하고 전문가 의견 들어야
  • 기사등록 2020-12-11 18:25:23
  • 기사수정 2020-12-14 15: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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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즘 보이스 피싱이 하도 극성이다보니 모르는 전화 번호는 안 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스팸전화 여부를 알려주는 앱까지 등장해서 여론조사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여론조사를 위해 100명에게 전화를 했다고합시다. 이중 70명은 전화를 안 받고 겨우 30명이 받았다고 가정합니다. 30명중 오직 3명이 설문에 응답하면 여론조사 응답률은 얼마일까요? 100명 중 3명이 응했으니 3%라고 봐야 할까요? 전화 받은 30명 중 3명이 응했으니 10%라고 해야할까요?

미국은 3%라고 계산합니다. 우리나라는 10%라고 계산합니다. 우리나라 응답률은 턱도 없이 부풀려진 것입니다. 선거 때 수많은 우리나라 여론조사기관의 평균 응답률은 얼마나 될까요? 부풀려진 기준으로 평균 9% 정도, 미국 기준으로는 평균 3%정도라고 하니 100명에게 전화하면 실제로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은 3명이라는 말입니다. 전화를 안 받는 사람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방법은 통계적 왜곡을 불러일으켜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우리나라의 실질적 응답률이 3%인데 반해 미국은 10%쯤 된다고 합니다. 미국 여론조사 응답률은 우리의 3배 이상인데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선거 때처럼 오류가 납니다. 미국에서는 이 정도의 응답률이라면 아예 언론에 발표하지도 않는다고합니다.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정말 그냥 참고만 해야됩니다. 미세한 등락은 무시해야 되고 큰 흐름과 장기적인 추세만 주의하면됩니다.

여론조사가 엉망이기에 10% 이내의 등락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10% 이상의 등락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언론은 미세한 등락을 언론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둔갑시킵니다. 기껏해야 2, 3% 오르고 내리는 지지율을 가지고 이렇게 해석하고 저렇게도 해석합니다. 정부는 지지율이 올랐다고 문제가 있는 정책을 밀고 나가지 말고, 지지율이 내렸다고 멀쩡한 정책을 수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국민의 지지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사립학교 재단의 횡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었으니 국민의 지지도가 높을만도 합니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었기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몇년이 지났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하락했습니다. 그에 따라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도 계속 하락하더군요. 결국 대통령이 싫으면 그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도 싫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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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초기에 비해 지지도가 많이 하락했습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현재의 추윤 갈등이 정권 초기에 일어났다면 아마 많은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지지도가 워낙 떨어지다 보니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슈도 모두 싫어지는게 아닐까요? 여기서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전반적인 정권 지지도가 낮아지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도도 덩달아 낮아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전에는 제 주변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해보면 정권에 대한 찬반이 분명히 갈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이구동성으로 정권을 비판합니다. 열렬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마저 부동산 정책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합니다. 흔히 생존 문제를 의식주라고 하지만 오늘날 먹는 것과 입는 것을 해결 못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주거 문제야 말로 가장 중요한 생존 문제가 되었습니다. 생존의 근간을 흔드는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바로 잡기 전에는 정부가 검찰개혁은 물론이고 그 어떤 정책을 추진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불만이 모든 정책 이슈를 삼키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영역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포기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해결책이 없어 보여도 부동산 문제는 하루 빨리 손을 써야 합니다. 24번이나 되풀이 된 핀셋 규제를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야합니다. 꼭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는 모두 폐기해야합니다. 보유세 강화는 유지해야 합니다.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부여된 지나친 특혜는 폐지해야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이 건설한 주택을 매입해서 임대주택 사업자가 되겠다는 사람에게 특혜를 주는 정신나간 정책이 어디 있습니까? 새로 건설한 주택이거나 공장이나 상가를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람만 임대사업자로 육성해야 합니다.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주택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면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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