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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국방일보 편집인




# 제1화


"지난번 제 자식 혼사에 오시지 않아 실례를 무릅쓰고 안부를 묻습니다." 

소파에 누워서 가물가물 잠이 들려는 늦은 밤, 갑자기 띵동, 문자 메세지가 울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폰을 열어보니 이런 문자가 들어온 게 아닌가!

우째 이런일이? 그 친구는 1년전 외국에서 치른 우리집 혼사까지 챙겨 준 사이였다. 잠이 벌떡 깼다. 즉시 전화를 걸었다. K 형! 이게 무슨 소린가? 나는 금시초문일쎄. "내가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나?" 


 "그러면 옛날 주소로 보냈겠구만. 내가 새 집으로 이사한지 1년이 되었네."  오해는 금방 풀렸다. 여하튼 미안하다 사과하고 축의금을 송금했지만 뒷 맛은 덜 삶은 콩 씹는 기분이었다. 모바일 청첩장 시대, 이제 종이 청첩장은 가라!

# 제2화


"김 중령 그 친구는 사람이 왜 그래 " 국방부 근무시절 국장님이 나에게 슬쩍 던진 말이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 아 글쎄, 우리집 혼사에 부조를 했는데 빈 봉투를 보냈잖아"  아 뭔가 일이 꼬였구나! 직감적으로 오해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중령, 그때 그 부조금 직접 전한 것인가?"
"아니, 사무실  박 중령에게 부탁한건데"

"박 중령,  이러저러한 일이  있는데 집히는게 없나?" 박 중령은 황당해하면서도 자기가 실수했을 개연성을 인정했다.

당시 국방부에 근무하다 보니 전국에서 20여 명의 부탁을 받았는데 봉투에 돈을 넣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거란 것이다. 전후좌우 사정을 잘 설명해서 모두가 오해를 풀긴 했다. 지금이야 온라인 직송(直送)시대이니 이런 일은 없을테지만...

# 제 3화


" 너는 지인들 혼사도 잘 챙겨라" 어느 날 만난 선배가 충고 겸 질책을 했다. 직감적으로 집히는 게 있었다. "선배님 댁 혼사에 제가 직접 갔는데요? "

"아니 안 왔던데?" 다시 확인해 봐도 방명록에 내 이름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재연해보니 아뿔사! 신랑집이 아니고 신부집에 봉투를 낸 것이 분명했다.

신부집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명단확인을 요청드렸다. 그런데 우째 이런일이? 신부 댁은 그날 명부와 축하금 모두를 몽땅 도난 당했다 한다.

선배님의 아량으로 오해는 풀었지만 지금도 식장에 가면 반드시 확인한다. 여기 0 0댁 접수처가 맞지요?

# 제4화


"정호야, 이거 좀 읽어 봐라" 과장님께서 편지 한 통을 건네 주었다. "지난번 우리집 혼사에 어찌하여 안 오셨습니까" 로 시작된 장문의 항의성 편지였다.

머리가 핑 돌았다. 그날 과장님 축의금을 대신 전달한 사람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혼주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얘기하고 명단  재확인을 부탁드렸다. 다행히도 명단에 있는 것을 빠뜨렸다는 대답이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은 동기생 총원 명부에 있는 모두에게 청첩을 돌렸고 안 오신 모두에게 항의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우째 이런 일이?

# 제5화


둘째 딸 혼사때다. 축하금을 정리하던 후배가  내게 물었다. "이 모씨 말입니다. 봉투에 5천원이 들어 있습니다."

"연세가 느긋하신 그 선배님 시력이 안 좋아. 5천원권과 5만원권을 충분히 혼동할 수 있지." 웃고 지나간 나만의 비밀이다.

가문의 대사 결혼식, 축하를 주고받는 좋은 자리인데 작은 실수가 큰 오해로 번지는 해프닝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들어 있는 돈 봉투도 다시 보고, 신랑신부 접수처도 확인하자! 그래도 이런 일을 당하거든 허허, 하늘 보고 웃어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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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30 14: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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