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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윈 파티가 난리이다. 캔디, 초콜렛 제조사들이 스폰서가 되어 만든 가장 멍청한 날이 아마 발렌타인 데이와 할로윈일 거다. 이 이상한 산중연합(과자 산업계와 우중의 연합)이 우리나라에 들어 오더니 달, 달이 무슨 무슨 날이다. 화이트 데이, 블랙 데이, 삼겹살 데이, 구구 치킨 데이 등등. 이 중 압권이 빼빼로 데이란다. 

사과장사이니 '사과 데이'는 없나 하고 찾아 보니 10월 24일이 바로 사과 데이이다. 10월 말이니 가을 사과가 한창인 때고, 둘(2)이 사(4)과 먹으란 뜻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다 둘 사이에 일년동안 진 마음의 빚을 서로 과일 사과를 주고 받으면서 사과하는 데이로 만들자고 제안(페북에)했는데 하나도 호응 안해준다.

 촛불시위 때, 조국 시위 때 주로 외치는 구호가 "00는 사과하라~~"인데, 이 때도 위험하고 공해물질 쓰레기만 대량 만드는 촛불 대신 사과 하나씩 들고 구호 외친 다음 와삭 깨물어 먹으면 스트레스도 해소되어 좋고, 또 사과농민도 도우니 일석이조 아닌가하고 "사과 사이소~"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때 사과에 식용색소로 00의 캐릭터를 그려 넣어 좀 고가로 팔면 더 좋고... 


사실 이 포스팅은 유학시절 할로윈 때  추억(슬픈)을 쓰려 했는데 사과장사 푸념 땜에 서론이 길어졌다. 지금은 '강박(사)',  '강변(호사)'이 된 아들과  딸이 연년생이니 5살 4살 때였다. 이제 좀 커서 할로윈 의미도 알고, 나가고 싶어 해 "그럼 니들도 밖에 나가 'treat or trick' 해라" 하니 그렇게 좋아했다. 근데 문제가 분장할 가면이나 옷을 사는 거다.

 가난한 유학생 처지에 몇 푼 안 되는 가면(假面) 사 주기도 벅찼다. 장난감 가게에 가 보니 이거저거 우글우글 한데 당시 유행하던, 아들이 원하는 다스베더 마스크를 사고 나니 돈이 없다. 아내는 경상도 여자답게 본인은 남녀평등을 강력하게 주장, 실천하는 여전사이지만, 아들 딸은 확실히 구분해 키우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아내가 페친인데 맨날 "사과가 안 팔려 죽겠다, 사과 사이소~~,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질질짜는 소리만 늘어 놓아, 읽으면 짜증만 나  아예 안 들어 온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 놓고 마누라 흉을 본다! 하여간 딸도 원하는게 있었지만 엄마가 집에 가서 멋있게 분장시켜 줄게 하고 꼬셔서 안 사고 왔다. 할로윈 날 아들은 다스베다 마스크 쓰고 위풍당당히 나갔고, 딸은 겨울에 입는 초록색 점프 수트에 털모자 쓰고 엄마 화장품으로 고양이 수염과 눈, 코 등을 그려 넣어 내 보냈다. 

나중에 들어 와 받은 보따리를 펼쳐보니 오빠는 좋은 초코렛, 사탕 과자가 많은데 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걸.보고 '오빠는 다스베더 사 줘서 많잖아' 하면서 왕~~ 우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늙으면 멜랑콜리해 진다더니 이 포스팅 쓰면서 주책 없이 눈 앞이 흐려진다. 그래도 둘 다 잘 컸다. 엇그제 올해 첫 부사 사과인 아이카 향을 딸이 몇 개 주문했는데 사과 값을 두 배 정도 로 보내 왔다. 아니, 변호사(남편도 변호사) 연봉이 얼마인데 한 다섯 배쯤 부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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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05 21: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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