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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지역공동체갈등관리연구소 대표 

 




1984년부터 여러 형태의 농어촌 마을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나오면서 갈등(葛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을 현장의 리더나 주민들은 '전에는 우애가 좋았었는데 공동사업을 하면서부터 갈등이 생겨나게 됐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갈등은 심화되고 급기야 마을의 민심까지 흉흉해졌다고도 말한다.

 

 현장에서는 그 원인을 대개 마을 대표가 사업추진을 독선적으로 하거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마을 주민들의 협력을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그럴까?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사업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지역 주민들은 주인 없는 사업에 대해 무임승차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마을사업 구조는 리더들의 과도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공동체를 위해 소수가 희생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큰 미덕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가장 원론적인 가정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경제구조가 자본주의 사회임을 부분적으로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서 공동의 번영을 위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분배하는 이념을 한국 농촌사회에서 실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갈등은 본래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갈등이 생기면 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갈등이 정말로 나쁘기만 한 것일까? 갈등은 말끔하게 없앨 수 있는 대상이며, 또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갈등에 대해서 너무 편협된 이해와 평가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본래 갈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람간의 갈등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의 입장이나 속마음을 잘 이해하게 된다면 갈등이 해결될 것으로 봐 왔다. 그동안 갈등과 관련된 연구는 심리학이나 사회학 분야의 전유물로 이해돼 왔다. 공동체에는 어디나 갈등이 상존한다. 


마을 공동사업상 직면하게 되는 갈등은 필연적이다. 갈등이 아예 없기를 바라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말자고 아무리 다짐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을 공동사업은 일종의 동업인데, 동업은 한국인들이 대부분 싫어하는 사업유형이다. 


동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동업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결국 공동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갈등에 직면하게 되면 갈등 자체가 공동사업을 망치는 근원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창업 후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장애물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는 것과 같이 마을사업상 갈등도 극복해야 할 똑같은 성격의 장애물임을 인식해야 한다. 

 

마을사업의 갈등관리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조적인 접근방법으로 사업의 지배구조를 마을환경에 적합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마을에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처럼 수익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제활동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마을사업을 일으켜 주민들의 경제 환경을 증진시킬 수만 있다면 위탁경영을 통해서라도 마을사업의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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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18 18: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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