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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기관리연구소 소장

前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는 국가안보와 인간 존엄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이다. 새로운 응전(應戰) 패러다임을 찾지 못 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국가 차원 위기관리의 중대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제2공화국까지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그 개념도 몰랐다. 대통령(윤보선) 밑에 '국방수석'을 두는 게 고작이었고, 1953년 휴전협정 이후에야 겨우 '국방위원회'라는 것을 설치, 운영했다.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는 청와대에 국방비서관과 외교비서관 자리를 신설한데 이어 1962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를 헌법에 규정하고 국가안보정책 차문기구로 활용했다. 


1968년 1.21 청와대 기습사건 1년 후에는 NSC 산하에 비상기획위원회를 두고 전시 동원체제로 활용했고, 1975년에는 제대 군인들로 구성된 민방위대를 편성했다. 이 때가 우리나라에 국가위기관리 체계가 처음으로 자리를 잡은 태동기라고 볼 수 있다.

 

1981년  전두환 정부는  NSC를 단순 자문기구로 남겨두고 사무국의 기능을 비상기획위원회(非企委)로 이관시켰다. 1986년에는 비기위의 소속을 국무총리실로 전환했는데, 그것이 통합·협력적 위기관리 구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최초로 외교안보수석을 둔 노태우 정부, 법적 위기대응 기구 보다 임시 회의체를 선호했던 김영삼 정부는 둘 다 소극적 NSC 운영과 사무국의 축소·폐지를 반복함으로써 위기관리 체계의 성장은 답보를 면치 못했다. 결국 전두환 노태우 집권기는 국가위기관리 체계가 정체된 시기로 분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해 김대중 노무현 집권기(1998∼2007)는 국가위기관리 체계가 다방면에서 성장세를 보인 기간이었다다. 김 대통령은 먼저 NSC사무처를 복원하고, 미국의 NSC를 벤치마킹한 '위계적(Hierarchical) 3단계 회의체'를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또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을 NSC사무처장에 겸임시켜 국가위기 대응 지휘체계의 단일화를 구축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북핵위기 대응 필요성 등으로 NSC사무처 증편, 사무차장 및 국가안보보좌관(NSC사무처장 겸임)을 신설, 위기대응 핵심 조정기구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운영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를 계기로 '위기관리센터' 신설과 '소방방재청' 창설 그리고 국가위기관리매뉴얼 작성·배포는 재난위기관리의 변곡점이 되었으며 포괄적 위협대응 위기관리 체계 토대를 구축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은 전임 정부의 조직을 일관성 없이 폐지-해체-축소-확대를 반복함으로써 국가위기관리체계의 혼선을 가중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NSC는 존속시키되 상임위회의와 사무처 폐지 후 그 기능은 외교안보수석실과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로 대체하였다. 


전시대비 기능인 비상기획위원회를 해체하여 업무조직 기능을 행정안전부로 넘기고, 위기관리센터는 국가위기상황팀으로 축소했다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사태를 겪으며 수석급인 국가위기관리실로 확대하였다. 


국가위기 컨트롤 타워는 외교안보수석-국가위기관리실로 이원화되고, 국가위기관리 매뉴얼도 각 부처로 넘겨 정책혼선과 책임회피 등 부작용만 초래한 위기관리 침체기요 암흑기였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부가 폐지한 NSC 사무처와 상임위를 복원하고, 미국식 국가안보실장(NSC간사 겸 상임위원장 겸직)을 최초로 두어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강화를 모색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민안전처와 재난안전 비서관을 신설했다. 


2017년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과 유사하지만 외교안보수석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통합시켜 의사결정 체계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를 폐지, 그 기능을 행정안전부(재난관리본부)로 되돌리고 재난안전비서관을 없앤 것은 비전통적 안보위협 증가 추세와 엇박자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시기는 새로운 패러다임 설계와 구축을 위한 조정기로 볼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역대 정부는 대부분 위기관리 기구를 수시로 축소·폐지·복원을 반복했고, 위기관리 대상은 냉전기와 탈냉전 이후로 달랐으며, 정책결정 행태도 대통령이 군인출신이냐 민간출신이냐에 따라 법·제도적 공식기구와 참모보좌 의존 여부가 나뉘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규범적·절차적 국가위기 관리가 심하게 훼절되어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 유지는 물론 발전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국가 위기관리 체계의 취약성을 냉철한 이성과 집단지성 발휘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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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16 14: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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