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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국에서도 오래전에는 학업 성적에 의해서만 대학 신입생을 선발했다고 합니다. 교육열이 강하고 학업성적이 뛰어난 유태인들이 명문대학 입학에서 압도적이자 할 수 없이 학업 성적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에 의한 입학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태인의 명문대학 입학은 그만큼 감소합니다. 그러나 학업 성적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스펙을 요구하는 제도에서 비유태인 백인에게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납니다. 

체육을 못하면 음악이나 미술, 특기를 기르고 SAT성적도 백인보다 월등 뛰어난 동양인은 복잡해진 미국 입시기준에 따르더라도 아주 우수한 지원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미국 명문대학은 매우 애매하고 불공정한 기준으로 동양인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만약 백인과 동양인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미국 명문대학은 동양인으로 득실거릴거라 합니다. 미국에 비해 영국에서는 아직도 학업 성적이 대학 입시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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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입시제도는 누구에게 유리할까요? 미국에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입시제도가 복잡해질 수록 금수저에게 유리합니다. 한국은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그동안 입시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고액의 컨설팅을 받고 대학에 지원하는 이른바 ‘원서질’도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좋은 대학에 가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았습니다. ‘제2의 탄생'이란 대학입시를 놓고 가정은 총력적이 펼쳐지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마련이며 금수저는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서울대 수시 합격생의 교내 수상은 평균 30건, 봉사활동은 평균 139시간입니다. ‘아니, 그 아이가 어떻게 거기를 들어가?’라고 깜짝 놀라 들어보면 그 대학의 아주 특별한 전형의 덕을 보았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 한다는 지난 몇 십 년간의 교육개혁이 과연 학교를 얼마나 정상화 했을까요? 로스쿨, 의학전문 대학원, 입학사정관 제도 등 미국 제도가 들어올 때마다 금수저가 더 유리한 현상을 지켜봤습니다. 각종 교육개혁 단체와 교육 전문가들도 도그마에서 조금 벗어나야합니다. 


복잡한 입시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 온갖 스펙으로 무장한 지원자들의 무대가 됩니다. 수시냐 정시냐를 놓고 논쟁하면 초점이 흐려집니다. 수시라 할지라도 복잡하지 않고 부모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흙수저도 불리하지 않은 수시라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주관식 답안을 채점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이 주관식 답안을 더 잘 채점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기도 전에 프랑스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주관식 문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제 수능도 주관식을 도입해야합니다. 수시냐 정시냐를 놓고 논쟁하지 말고 복잡하고 금수저에게 유리한 입시전형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합니다. 강자와 약자는 정책을 놓고 싸웁니다. 교육제도마저도 강자가 횡포를 부리는 영역입니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헤게모니를 쥔 비()유태인 백인들이 교육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제1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무엘슨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하버드 대학 교수에 임용되지 못하자 MIT의 경제학과를 세계적 수준의 학과로 만듭니다. 


오늘날 하버드 대학만이 아니라 명문대학은 유태인 교수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유태인을 밀어내려고 노력한 백인들은 부분적으로만 성공한 것이지요. 한국은 어떨까요? 각종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강자는 미국과는 달리 교육제도 싸움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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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단순 간결한 최소 표현주의 디자인을 젠 스타일이라고 부릅니다. 정부의 제도 중 너무 복잡하고 누더기가 되다보니 전문가조차 파악을 못하는 제도가 많습니다. 세금제도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교육제도도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도록 다듬어야 합니다.


다양한 기준에 의해 선발하는 전형의 비중이 압도적이지 않게 조정해야합니다. 단순 간결한 제도의 장점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젠 스타일은 유행을 타지 않고 항상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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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10 16: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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