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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민 / 인간은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발톱을 함께 가진 불가해한 존재
  • 기사등록 2020-09-02 15:15:01
  • 기사수정 2020-09-03 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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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상담심리 전문가

前MBC통일방송협력단장 



 

    문화방송(MBC)에서 정년을 마치고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의 커리큘럼과 수련과정을 거쳐 상담 심리사로 활동해 온지도 어언 만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단기, 중장기 상담을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나눈 내담자(來談者)만도 100 여 명이 훨씬 넘는다. 이들로부터 얻은 삶의 소중한 경험을 달리 비유하자면 단편, 중편, 장편소설 100 여권을 탐독하며 독후감을 쓴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담자 한 사람을 한 권의 소설로 비유한 이유는 각 개인이 유일하고 독특한 삶의 역정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 준 내담자는 하나도 없다. 그 소설들을 다시 색깔로 비유한다면, 그동안 100 여개 이상의 크레파스 색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며 깊이 감상한 셈이다.


이런 체험을 더욱 확대해 보자면, 올해 77억 여 명에 달하는 인류는 77억 여 가지의 크레파스와 같은 유일무이한 존재인 셈이다. 현재 살아있는 인구만도 그럴진대, 인류탄생 이래 살다 간 인구까지를 더한다면, 우리의 수 개념으로는 도무지 셀 수 없을 정도의 ‘크레파스’ 색깔이 명멸(明滅)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포유류의 한 종(種)인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또한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이 온 우주에 끝없이 퍼지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가 ‘온 우주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존귀한 생명체’임을 자각하고 생명체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나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애를 쓰는 편이다. 

 

한 인간이 이렇게 유일무이한 생명체이면서도, 크레파스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과 같이 인간도 매우 유사한 유형무형의 질료(質料)와 형상으로 되어 있는 점 또한 사실이다. 유형은 ‘몸’이요, 무형은 그 몸에 프로그래밍 되어왔고 살아있는 한 되어가는 ‘마음’이다. 


몸은 과학자들에 의해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메카니즘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한 이후 급격히 발달된 심리학 덕분에 다양하고 깊게 이해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신비의 동굴 상태라 할 수 있다. 

 

 편의상 몸과 마음을 나누긴 하지만 사실 몸과 마음은 통합된 생명체 그 자체로서의 하나이다. 이 통합된 인간 생명체의 몸과 정신이 따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어떤 증상이 생기고 증상이 커지면 병이 된다. 


그러므로 건강한 인간이란 몸과 정신이 늘 하나로 통합된 상태에 가깝게 작동하고 있는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건강한 생명체는 성체가 되면, 몸 건강으로 자력갱생하고, 마음 건강으로 자립 자율적 생존을 유지하여 타 생명체에 기생하지 않는 삶을 사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건강한 개인주의가 오히려 이타적이라는 자연섭리를 심신이 미약한 내담자들에게 강조하기도 한다. 내가 그동안 상담현장에서 얻은 체험으로 볼 때  “인간은 악마의 발톱에서부터 천사의 날개에 이르기까지 최선과 최악의 스펙트럼을 함께 지니고 있는 불가해한 생명체”라는 고전적 정의를 다시 인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예기치 않게 '마스크 사피언스'로 살고 있는 요즘,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나 인간집단 때문에 증오와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체는 ‘살아서 꿈틀거리려고’ 최선을 다 할 뿐만 아니라 최악의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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