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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 댓글창만 없애면 악플은 사라지는 것일까?
  • 기사등록 2020-08-28 18:13:13
  • 기사수정 2020-08-28 18: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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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루키 더 바스켓 편집장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스포츠 뉴스 댓글 기능이 폐지됐다. 현대건설에서 활약했던 여자배구 선수 故 고유민의 사망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다. 네이버는 올해 초, 연예 뉴스의 댓글 기능을 폐지한 바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이미 지난 해 10월, 같은 조치를 취했다.

 

고인은 선수 시절, 뉴스 댓글에 달리는 과도한 비난과 인신공격 등, 소위 ‘악플’로 인해 많이 괴로워했다고 한다. 현재 가족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댓글이 핵심 문제가 아니었음을 주장하며 현대건설 배구단을 고소했는데, 이 글에서는 책임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댓글과 관련한 대처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기사에 달린 댓글(악플)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명인들의 안타까운 비보도 전해졌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일련의 책임을 지고, 또는 이와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댓글을 폐지하는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까?  댓글에 과도한 비난이 몰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의 문제는 공개적인 공간인 댓글에서 질타를 하는 것 보다, 당사자의 사적 영역인 개인 SNS에 직접 들어가 댓글을 달거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댓글 기능을 폐지한다고 하여 소위 ‘악플러’들이 박멸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공간을 새롭게 찾아 만들어 낼 것이고, 오히려 선수들의 개인 공간은 이들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IT와 인터넷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우리 사회에는 익명성의 가면 뒤에 숨어 책임 없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해도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만연됐다. 


엄밀히 구분할 때, 공인이 아닌 연예인과 운동선수를 공인의 범주에 강제로 편입시키고, 비판을 받는 것 또한 이들의 숙명이라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강력한 법적 처벌과 관련한 이야기도 많지 않아, 이 또한 사이버 범죄의 일부분이라는 자각이 부족했다.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서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감정 배설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또한 잘못한 이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기준을 적용해 선처 없이 책임을 물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전부터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며 지나친 통제는 건전한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는 반대가 있었다. 그런데 댓글 기능 폐지는 아예 온라인 미디어 광장을 폐쇄하는 조치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 강력한 통제다.

 

폐지하고 차단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큰 댓글이라면, 연예와 스포츠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뉴스 섹션에서는 왜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사고가 발생하자 연예 뉴스의 댓글을 없애고, 故고유민 사태에 이르러 스포츠 뉴스의 댓글을 닫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없애고, 아니면 그냥 두겠다는 뜻인가? 이를 통해 무엇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덮어두기만 한다고 그 안의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미봉책이라고도 말하기 힘든 이 조치는 결국 비난을 받기 싫으니 비난의 주체(댓글)를 감추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거 세월호 비극이 발생했을 당시 대통령이 나서 해경(海警)을 해체한다고 선언하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차라리 ‘바다가 문제니 바다를 매립하겠다고 하라’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지금의 댓글 조치도 이와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더 현명하고 깊이 있는 대응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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