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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 / 좋은 정치인은 젊을 때부터 정치경험을 많이 쌓아야
  • 기사등록 2020-08-07 16:11:23
  • 기사수정 2020-08-08 1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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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미국에서 공공 부문의 유능한 리더가 민간 부문으로 옮겨간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비교해서 누가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가를 조사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공공 부문으로 옮겨간 리더가 상대적으로 성과가 더 나빴습니다. 정치는 역시 쉽지 않습니다. 


기업인 출신 미국 정치인도 성과가 형편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으니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기업인 출신 전임 대통령의 실패에 비하면 성공이 돋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민간부문에서 성공한 사람이 단번에 성공(?)한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죽일 놈 죽일 놈하지만 정치는 그 죽일 놈의 정치인이 해야 합니다. 민간부문의 인재가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오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미국 센트루이스 시의 시장을 세 번인가 역임했던 세르반테스라는 사람은 민간 경영인 출신인데 ‘공공부문에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하겠다’라는 선거공약을 걸고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항상 정치에 불만인 유권자는 이런 구호에 솔깃하기 마련입니다.


그는 미국 내에서 유명해져서 백악관에 초청도 받을 정도였는데 퇴임 후 고백을 했습니다. ‘민간경영기법은 공공부문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라고.

정치는 민간 부문과는 전혀 다른 원리에 의해 작동합니다. 따라서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일찍부터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쌓는게 좋습니다. 혜성처럼 나타나는 선진국의 젊은 정치인은 사실 학창시절부터 정치경험을 쌓은 노련한 정치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을 예를 들면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부터 이미 교내에서 리더로서 훈련을 쌓고 시장, 시의회 의원, 주하원의원, 주상원의원, 연방 하원의원, 연방 상원의원, 주지사 등의 경험을 통해 정치인으로 성장합니다.

워낙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 크다보니 우리는 정치인 출신이 아닌 민간부문에서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여 수혈 받으면 국민이 환호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여야 정당들의 인재 영입을 보면 하나 같이 나름 괜찮은 인재들인데 한결 같은 공통점은 정치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런 점이 인기를 끄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 정말 걱정스러운 인재들입니다. 아무리 죽일 놈 죽일 놈하지만 정치는 경험을 쌓지 않으면 좋은 정치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정치가 우리를 절망하게 할지라도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를 구원해 줄 비(非)정치인 출신 수퍼맨은 영화 속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죽일 놈 죽일 놈 하지만 제가 겪어본 정치인 중에는 좋은 정치인이 제법 있습니다.


말로는 좋은 정치인을 원한다고 하면서 우리는 매력 있는 정치인, 무언가 끌리는 정치인을 원합니다. 그래서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인기가 좋듯이 국민은 나쁜 정치인에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마치 무슨 쇼를 하듯, 마치 이벤트를 기획하듯 민간부문에서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면 젊은 시절부터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는 인재는 아예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게 됩니다.

좋은 정치인은 젊을 때부터 키워야합니다. 정치에 대해 고민도 제대로 안해본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 될리는 만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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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07 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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