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문화재로 보호되어야 할 전통한옥 담장이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 ‘헐릴 위기’에 놓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백 년 전통을 지켜온 전남 화순에 있는 양참사댁 담장이야기다.
이 담장이 자연재해나 풍화로 쓸모가 다해 헐리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양참사댁은 전남 화순군 도곡면 월곡리 569번지 달아실 마을에 있는 전통고택이다. 조선중기 문신인 양팽손의 후손이 살던 집이었다. 양참사댁은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양참사댁 담장은 대한민국 전통한옥 담장가운데서도 아주 멋진 담장으로 손꼽힌다. 우려스러운 것은 화순군 등은 이 전통담장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보다는 전부 헐고 새롭게 신축한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순군은 최근 화순군 공고 제 2020- 495호로 소액공사 수의계약 안내 공고를 낸 바 있다. 입찰에 부친 사항은 ‘공사 화순 양참사댁 담장 정비사업’이다. 이 결과 담장 정비사업 공사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 튼튼한 전통 담장이 석축과 함께 해체되어 보수하겠다는 것이다.
화순 양참사댁 담장 정비사업 추진 일정이 잡혀 우려를 더하고 있다. 문화재를 아끼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함께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멀쩡한 전통 담장을 부수고 이를 다시 신축하려는 방식보다는, 원형 보존에 초점을 맞춘 수리보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장 전체를 헐고 다시 복원하는 방식보다는 전통 담장 그대로를 그대로 보존을 하고, 일부 보완이 필요한 일부 부분만은 수리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순군과 지역민이 그 가치를 몰랐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담장 건축물에 대한 가치를 잘 파악하고 이를 인식해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통담장과 새롭게 추진할 담장의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쓰는 흙이 다르다. 전통 담장에는 수백여 년의 세월을 버텨 낼 ‘논흙’을 쓴다. 내구력 면에서 요즘 만드는 담당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양참사댁 논흙담장은 지금까지 수백 년을 당당히 지켜왔다. 또 앞으로 수백 년 동안을 더 버텨 낼만큼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기품 있는 담장이 헐리면 ‘황토색 흙’ 담장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현재 양참사댁 일부 담장도 이 ‘황토색 담장’으로 되어 있다. 눈에 띄도록 확연한 차이가 있다.
국민의 혈세 8천만 원 가량이 투입돼 헐리고, 대신 현대적인 힘없는 공법으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황토색 담장은 100년을 지켜내지 못하는 ‘이미테이션 날림 담장’이 된다. 이는 이미 넘치도록 증명이 되고 있다. 빗물 등에 의해 흙이 쓸리면 몇 십 년만 지나도 곧 힘없이 허물어진다. 전통한옥을 지닌 사람이라면 공공연히 아는 이야기이다.
양참사댁 담장 시공방법은 요즘 기술로 재현해내기 어렵다. 날림 담장과는 근본적으로 수준차이가 있다는 기품있는 담장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전통방식의 논흙 담장은 폐기하지 말고, 아주 적은부분만을 보완하는 수준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양참사댁 담장이 여느 전통담장과도 견줘도 비교 우위에 놓여 있는 ‘문화재급 담장’이라는 것이다. 고택전문가들은 당장 담장만을 따로 문화재로 지정해도 될 기품 있는 담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라도 뿐만아니라 전국에서도 양참사댁 담장만한 멋진 담장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우려한 한 고택 전문가는 “이는 어처구니없는 대참사 가운데도 대참사”라며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이런 멋진 전통담장은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지키고 보존해 가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