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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 前 공정거래위원장)


이제 나흘 뒤면 제21대 국회라는 무대의 막이 오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위기 속에,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에 대해 국민이 거는 기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헌법이 부여한 권능 위에서 각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어젠다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되 그 결과는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한 입법 과정으로 나타나야 한다. 물론 그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와 책임은 4년 후 국민의 몫이다.

그렇다면 제21대 국회가 다뤄야 할 중요하고도 긴급한 의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과거 정상(노멀)이라고 이해해 오던 영역을 초월하는 새로운 질서가 펼쳐질 것이다. 따라서 뉴노멀에 대처하려면 패러다임 시프트(사고의 대전환)가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존재 앞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가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해온 제도적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돼 버리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는 것도 모자라 사회 전체를 셧다운(봉쇄)했다. 그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로 얽혀 있던 국제 무역 질서는 작동을 멈추기 시작했으며, 호황기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이던 경제가 순식간에 대공황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실직자들은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국가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절치부심하는 중이다.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경기 부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 신(新)냉전’이라는 신조어가 내포하듯 미·중 간 패권 경쟁까지 가열되면서 조만간 우리는 동맹과 실리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제21대 국회는 코로나19로 초래된 신세계와 신질서 앞에서 뉴노멀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21대 국회가 정쟁으로 4년을 다시 허비한다면 그 후폭풍은 우리의 미래 세대가 훨씬 더 혹독하게 짊어지게 된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과학자들 몫이겠지만, 다시 찾아올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은 입법부인 국회가 감당해야 한다. 방역은 이제 공중보건의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행정·정보기술(IT), 더 나아가 무역과 안보, 세계 질서를 아우르는 문제가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방역은 장거리 마라톤 경주의 시작으로,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을 뿐이다. 갈 길은 멀고 21대 국회는 여정(旅程)의 시작점 앞에 서 있다.


코로나 이후 뉴노멀 상황 전개

경제 공황과 미·중 新냉전 격화

동맹과 실리 줄타기에 내몰려

올 들어 3번째 추경案 곧 제출

국회가 國債 제대로 관리하고

투자 유인할 立法도 서둘러야



관련해, 새롭게 출발하는 국회 앞에 놓인 현안 몇 가지를 언급해 본다.

이제 본격적인 코로나 경제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1939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인 14.7%를 기록했고, 우리도 지난 4월 공식 실업자 수가 117만 명이다. 정부는 지난 3, 4월의 1, 2차 추경에 이어 3차 추경을 편성,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하나로 공공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든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이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45%를 훌쩍 넘을 것이라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직결되는 나랏빚 급증을 우려한다. 새 국회가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 난제다.

각종 규제와 이익단체의 반발 등에 가로막혀 벌써 9년째 표류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법의 조속한 입법 또한 당면 과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달라진 소비 패턴에 부응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 또한,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한계를 똑바로 목도하게 됐다. 차제에 해외 공장의 국내로의 유턴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입지 규제를 포함, 특히 첨단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입지 등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국내외 기업가들의 투자 유인 환경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곧 첫발을 내딛게 될 제21대 국회 앞에 놓인 시대적 숙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대한민국호의 미래와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부디 역사 앞에 길이 남을 국회가 되기를 소망하고 기원한다.  (문화일보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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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6 17: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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