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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에 끓여 먹을 게 없어 냉장고 뒤져 보니 명란젓이 있기에 알탕 비슷한 거 해먹고 나니 큰 죄를 지은 것 같다. 이 쬐끄만 알 하나 하나가 생명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수도 없는 생명을 내 한 끼 식사를 위해 희생시켰다. 정말 우린 먹고 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생명' 에 대해 많은 죄를 짓고 산다. 물론 비싸서이기도 하지만 난 절대 유정란 안 사 먹는다. 하나 깰 때마다 내가 한 닭새끼 생명 죽이는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우유! 내 아기 소를 내 젖으로 키우지 못하고, 그리고 모유 수유기간이 끝나 착유량이 줄어들면 호르몬 주사, 인공수정을 통해 또 소 새끼 배게 해 출산 후 지 새끼 못 먹이고 인간새끼들 먹이려고 젖 쥐어 짜낸다. 하긴 온갖 우생 품종 교배를 거쳐 자기 새끼에게 줄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젖을 나오게 했지만! 


그런데 쉴 새 없이 아기소 배고 또 지 새끼 먹을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젖을 만들어 내니 어미 젖소의 몸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폐 젖소의 고기는 식용으로 못 쓴다. 밤낮으로 달걀만 계속 낳다 지 자연수명 보다 일찍 폐기된 닭의 고기도 식용으로 부적합하다. 그럼 식용으로 쓰는 육계는 어떠한가? 한국사람은 초,중,말 복날 삼계탕 한 번은 먹어줘야 한다.


그것도 영계백숙만 찾는다. 영계가 뭔가? 다 안 자란 청소년기 닭을 잡순단 말이다. 우리 민족 특히 남자란 족속은 영계라면 무조건 좋아한다. 그래도 영계는 young일 때 잡아먹으니 수명이 긴 편이다. 찌개 끓일 때 필수품이고 전, 나물 등으로 만들어 먹는 호박은 young호박이 아니라 child호박(애호박)이다 


말 그대로 애일 때 따서(죽여서) 먹는다. 텃 밭에서 애 호박 키워 보면 잘 알지만 호박 꽃이 수정되고 나서 손가락만한 호박이 달려 있다가 어느 순간 쭈욱 길어지면서 연초록의 싱싱한 자태를 뽐낸다. 약간 미성숙한 느낌도 주면서...  어쩌다 잠깐 2~3일 한 눈 팔면 겉이 시퍼래지면서 성숙한 어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러면 이 호박은 식용으로 부적합하다. 


이미 안에 씨를 품었고 호박 살은 딱딱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미성숙한 태아 형태의 몰랑몰랑한 씨앗이 생기고 주변을 역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호박살이 싸고 있을 때 얼른 따서 잡숴야 하는거다. 애들 피부를 만져 보면 말랑말랑하고 탄력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 호박은 청년일 때도 아니고 '애'일 때 잡아 먹어 애호박인 것이다.


곧 사과 꽃이 만발한다. 올핸 갑자기 며칠 사이 최저 온도가 팍 내려가 꽃 봉우리가 나오려다 숨었다. 사과 꽃은 한 꽃봉오리에서 5개의 꽃이 핀다. 가운데 제일 잘 생긴 꽃을 '중심화'라 하고, 여기 수정된 열매가 가장 튼실하게 큰다. 그럼 나머지 4개 꽃의 운명은? 일단 수정이 되면 양분을 빨아 먹어 중심화에 달린 사과에 영향을 줌으로 꽃이 수정되기 전 봉오리일 때  따준다(적뢰) 


암술과 수술의 합방전에 싹수를 잘라 버리는 것이다. 남녀상열지사도 못 치르고 그냥 총각, 처녀 꽃 귀신이 되는 것이다. 설사 과원주의 눈을 피해 사랑의 결실을 맺어 조그마한 사과새끼를 만들었다해도 더 무자비한 적과 단계가 들이 닥친다. 매의 눈으로 수정된 사과새끼를 감별 해 중심과 하나만 두고 나머지 4형제는 과감하게 따 내 인공중절시킨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곳이 있냐"가 아니라 "네 손가락은 하나도 안 아프다"인 것이다. 엊그제 개화전 방제를 꽃이 일찍 피는 홍로나무에 했다. 우린 초생재배라 해서 사과나무 열 사이 공터에 풀을 키워서 재배한다. 이게 크게 자라면 나무의 영양분을 빼앗아 가기에 주기적으로 예초기를 동원해 깎아줘야 한다. 근데 이 풀 잎에 응애란 놈이 붙어서 즙을 빨아먹고 산다.


돋보기로 봐야 제대로 보이는데 승용 예초기의 풀 깎는 소리가 들리면 이 놈들이 떼로 사과나무로 기어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사과 잎이 말라죽어 사과가 안 달린다. 그래서 앞에선 승용예초기로 풀을 깎으면 뒤로 동력분무 소독차가 응애약 뿌리면서 진군해 온다.  느긋하게 풀잎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있는데 와장창 지네 서식지를 까부수면 예초기 칼 날이 들이 닥쳐 후다닥 나무 위로 피신했더니 살인 아니 살응 독가스가 꾸역꾸역 몰려 온다. 


수십억 마리의 응애가 내가 뭐 사과나무 잎으로 이사 오고 싶어 왔냐? 니네가 우리 집인 잡초를 뭐 자연농법이다 뭐다 하면서 한껏 길러놔 잘됐다 하고 옮겨 와 평화롭게 사는데 갑자기 우리 집을 때려 부셔서 응애도 살려고  먹을 것 찾아 사과 나무 잎으로 이사 왔더니 우릴 농약으로 다 죽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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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18 2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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