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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프로이트는 근대 이후 인류를 불편하게 한 것 세 가지를 말한 적 있다. 지동설과 진화론, 그리고 프로이트 본인에 의한 것인 `자유의지가 아닌 어두운 충동에 끌려다니는 인간'에 관해서다. 세 가지 다 유일신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부인과 관계 있다.


 문제는 과학혁명으로서 지동설과 진화론이다. 빅히스토리에서 3가지 사건을 말하면 ①우주의 탄생 ②생명의 탄생(특히 자기의식적인 인류의 탄생) ③인공지능의 탄생이다. 문제는 과학혁명으로서 인공지능의 탄생이다. `패러다임'은 이전과 이후의 단절 관계를 전제한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관계, 창조론과 진화론의 관계는 상호 단절적 관계다. 인공지능(특히 초인공지능)의 탄생에서도 이전 시대와의 단절적 관계를 말할 수 있다.

과학혁명으로서 지동설 및 진화론은 `용기'의 산물이다. 모두가 지구가 세계의 중심(지구중심적 체계)이라고 믿고 있었을 때 태양중심적 체계를 주장하는 것은 당시의 대세인 유일신교의 창세기를 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중심적 체계를 담은 그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죽기 바로 전 1543년에 출간했다. 조르다노 브루노 신부는 태양중심적 세계상, 곧 지동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1600년에 화형당했다.


 다윈이 진화론을 담은 `종의 기원(1859년)' 역시 용기의 산물이다. 자연선택(혹은 우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진화를 말하고 `인간 또한 고정된 존재도 아니고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여전히 유일신교의 `창세기'가 대세인 시대, 유일신교의 `창조론'을 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동설 혁명, 진화론 혁명에서 모두 용기에 의한 것으로서 진리에의 의지를 말할 수 있다. 증기기관으로 대변되는 1차 산업혁명, 무선전신 자동차 비행기들로 표상되는 2차 산업혁명, 정보통신기술(ICT), 혹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 생명공학·유전공학·나노기술·사물인터넷-빅데이터(혹은 만물인터넷)·양자이론·인공지능 등으로 표상되는 4차 산업혁명도 과학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과학혁명으로서 산업혁명은 지동설,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비가역성을 특징으로 한다. 지동설, 진화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 기차, 자동차, 비행기,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문제는 (인류의) 멸종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점이다. 같은 과학혁명이었지만 지동설 및 진화론에서 인류의 멸종을 말할 수 없었으나, 같은 과학혁명이더라도 네 차례의 산업혁명에서 인류의 멸종가능성을 말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주로 화석연료에 의한 것으로서,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에 의한 제6차 대멸종 위기가 1차, 2차 산업혁명을 지나면서 현재형으로 진행 중이다. 


알파고의 수준을 1,000배 이상 능가하는 초인공지능의 탄생, 그리고 그 초인공지능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서 인류의 멸종 가능성을 말할 때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의 특이점에 관해서다. 물론 네 차례의 산업혁명에서,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초인공지능에 의한 인류의 멸종 가능성과 `호모 데우스'의 탄생을 동전의 앞뒷면 관계로 말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호모 데우스는 생명공학-유전공학-나노기술, 특히 만물인터넷에 의한 것으로서 불멸-행복-신성이 그 표상이다. 호모 데우스에서도 `멸종'을 말해야 하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퇴장이고 호모 데우스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강원일보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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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5 18: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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